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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19. 2021

트임

 트임

  -김정용



 발성의 시작일까 소나기에 드러난 돌의 어깨일까 외딴집 마당 잡풀에 얽힌 맨드라미 검붉은 신음일까 폐허를 목도하고 도망친 눈동자일까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잠복일까 동전을 구걸하러 전생에서 굴러온 양은그릇일까 무명에서 달아나 무명을 낳는 산통일까 어디서 너를 잃어버렸다 할까 보았다고 할까 뇌우에 트인 눈을 얻어 두 개의 방향을 보았지만 두 개의 방랑을 찾은 건 아닐까 소나기에 맨 살 어깨 드러난 너를 트임, 이라 부르면 안 될까 노래에 발목 잡히고 발음을 잃어버린 나를 주인 없는 개가 따라올 때, 불우는 안개의 질감마저 피부로 겪으니, 걷다 쪼그리려 구두끈을 조일 때 눈에 들어온 이끼 낀 보도블록에 샛노란 트임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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