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 위 하루살이 떼 속으로 얼굴 넣었다
이번 봄 같이 살자
다음 봄은 다음 몸에게 맡기고
드럼통 장작불 해거름을 닮은 등을 쬐어 본 이는 알지.
불 쬐고 떠나면 등이 더 시린 걸.
봄의 등에 내 등을 맡기고 나서 알았네.
막노동 일당으로 달셋방 여관 가서 술 퍼마시는 이의 몸은 다음날 또 막노동 가야 하는
몸에게 봄기운을 느끼러 오는 봄이 있을까.
죽은 고양이 묻었던 자리에 풀
자라지 마라 돌덩이 올려놓았다.
이번 봄 한 번만 오지 마라.
입춘도 저수지에 어린 물오리 떼에게 사냥 총을 당긴 이여,
재들은 아직 물 곁에 봄결도 못 느꼈다오.
이 봄만 살자 하면 살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