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Oct 18. 2021

이 봄만

이 봄만 



들길 위 하루살이 떼 속으로 얼굴 넣었다

이번 봄 같이 살자

다음 봄은 다음 몸에게 맡기고


드럼통 장작불 해거름을 닮은 등을 쬐어 본 이는 알지. 

불 쬐고 떠나면 등이 더 시린 걸.

봄의 등에 내 등을 맡기고 나서 알았네.


막노동 일당으로 달셋방 여관 가서 술 퍼마시는 이의 몸은 다음날 또 막노동 가야 하는

몸에게 봄기운을 느끼러 오는 봄이 있을까.


죽은 고양이 묻었던 자리에 풀 

자라지 마라 돌덩이 올려놓았다. 

이번 봄 한 번만 오지 마라.


입춘도 저수지에 어린 물오리 떼에게 사냥 총을 당긴 이여, 

재들은 아직 물 곁에 봄결도 못 느꼈다오.


이 봄만 살자 하면 살게 되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 단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