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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18. 2021

파랑아

 파랑아



 파랑아, 네게도 는개 내리는 빈 마당 같은 여백이 필요하겠지. 네게도 흠집 많은 구닥다리 추상 하나와 마주 하는 휴식이 필요하겠지. 파랑아, 네 속에도 파랑 치는 괴로움  있어 너도 어디 구석에 처박혀 스스로를 방치해버리고 싶을 때가 있겠지. 파랑아, 네게도 바늘 끝으로 따야 쑥 내려가는 천 년 묵은 체증이 있겠지.


 회색  질감은 언제 필요할까. 범종의 저녁 예불 소리 같은 질감이 부르면 어떻게 너처럼 나도 파랗게 반응할  수 있을까. 뭇사람들은 네 앞에서 여름과 옅은 우울과 안식을 얻어가듯, 네게도 ‘청석골 '이라는 내륙 깊숙한 고향이 필요하고, 오호츠크 해협의 파도 같은 여행이 필요하겠지.


 집을 눈앞에 두고도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앉아 천 리 만 리 집 나온 아이처럼 귀가하지 않았던 오래된 기억 같은 파랑아, 바람 오면 바람결에게 질문과 답을 얻고  눈앞의 여백 너머 회색 질감에겐, 너 또한 질문과 답이 되고 있다는 걸 파랑아,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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