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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by 일뤼미나시옹


담쟁이

-김정용


더듬는 곳마다 벽이라니

믿었던 것마다 벽이었다니


벽이 없으면

허우적거림뿐이라니


무슨 대물림처럼

전 생애가 그곳에 달렸다니


벽을 만나고

벽을 믿고

벽에 빌붙었어도


벽을 더듬는

동작을 멈출 수 없다니


손틉 끝에

전생을 걸어 놓고도


절망을 찾아

헤매는 동작이라니


햇빛 튀는

푸른 등짝 땡볕에 달구며


기어코

벽을 훔쳐야겠다고

기어코 껴안아야겠다고


절망이

등짝을 기어올라

이마로 넘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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