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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19. 2021

초승달


초승달

 -김정용


이미 오래 전 나는 가슴 한쪽을 뜯어냈다

더는 상하지 말라고 던져버렸다

남은 가슴으로도 충분히 아플 수 있으므로


돌연 추억이란 게 필요할 때

피도 눈물도 나질 않는 세상살이라

느껴질 때, 그런 내가 대낮인데도

하늘을 훔쳐보게 될 때


남은 가슴을 퍽퍽 치면

등뒤의 어둠이 갈라지며

어둠이 토해낸 비명처럼 떠오를 것이기에


머잖아 내게도 그런 날이 잦을 때

꺼내와서 채워보리라

남은 가슴이 받아들일 힘이 있는지

꺼내와서 맞춰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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