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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0. 2022

명멸


 명멸

  -김정용


 이 손가락 끝을 봐요 하얗게 질린 별들은 우리 손가락 끝에서 태어나요 우유라도 먹여야 환해질 별들이에요 가리키지 않으면 맥박을 느낄 수 없는 별들이에요 늘어진 살갗을 우리 서로 살폈죠 대지 위에서 늘어진 살갗을 두려워하는 건 별이 되는 조건에서 벗어나요 명멸의 옷을 입는 것이 별이니깐요 살갗은 꽃씨 한 톨 태어나게 할 수 없어요 영양실조의 걸린 별들처럼 그들 사이에 끼어 서성거리다 명멸하는 별이 되는 동이 트는 시간. 우리가 우리 사이에 서성거리는 별을 보아야 해요.


 이 손가락 끝을 봐요 아이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이 보이지 않나요 우리가 낳았다 해서 우리가 길렀다 해서 별의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 못해요 아이들은 아이들의 허여멀건 별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별들의 수명을 아이들은 헉헉대며 지켜보고 있어요 별들의 가슴에 갈비뼈가 앙상하니 드러나고 있어요 아이들이 저 별들의 종족 가능성으로 명멸하고 있어요


 영양제 알약 같은 별들이 다섯 일곱 아홉 손가락 끝에 녹아드는 별들을 봐요 밤의 여행을 별에게 맡긴 새들의 앞가슴을 봐요 새들은 달의 일곱 바퀴 돌멩이 스무 바퀴 동백나무 아홉 바퀴의 생을 살았어요 앞가슴에는 이가 다 빠진 별들의 기록이 있어요 새들의 밤의 여로는 그 문자의 이행이에요 지켜봐야 하는 우리 가슴에도 아홉 바퀴 네 바퀴 세 바퀴의 메마른 나뭇잎 같은 서걱거림이 있어야 해요


 별이 지지 않는 걸 어떻게 할까요 지는 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밤이 아닌 걸요 이 손가락 끝을 봐요 물방울 하나에 춤을 추는 나뭇잎의 별 물방울 하나에 낙과하는 사과나무의 별 손톱이 다 빠진 강박증의 별들을 봐요 동이 트면 간다 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알코올이나 카페인 사랑의 신열로 나누듯 이 반짝임의 해석을 우리는 나누지 못해요


 발톱을 뽑아서 주저앉히지 않을 수 없어요 뭇사람들의 시선에 벗어난 배곯아 있는 별들의 희멀건 안색들 건망증을 앓는 어머니들은 너무 많은 별들에게 사랑을 준 어머니들 두 손 공양의 가지런한 날개를 닮은 어미 새들 기도의 밝기로 세계를 견딘 석탑의 미망들 손톱 발톱 다 내어주고 더 뭘 내 줄려고 그러는가 어미들아 기도도 버리고 공양도 버리고 달빛 마당의 스테인리스 그릇에 물도 비우지 않으면 새벽빛을 빈 그릇에 담을 수 없어요 두 손을 별의 명멸처럼 비우고 우리 명멸하러 걸어가요 동이 트는 명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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