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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by 일뤼미나시옹



11시

- 김정용


열 한 시의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알뿌리나 감자순의 어린 숨결을 품고 있을 것이니

빵집에 빵이 빵을 품고 있을 것이니

보세 옷가지들의 똑같은 냄새를 풍기며 인도에

열 한 시에는 아작아작 씹는 애인이 있을 테니


열 한 시의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어린 돌의 손에는

미립자의 꽃다발을 안고 있을 것이니


열 한 시에 소파에

앉으면 품품한 뿌리를 가진 인간이 될 것이니


열 한 시에 고장은 용접이 되지 않을 것이니

과테말라 안티구아 코스타리카

밀롱가 풍의 공기를 마시고서야

어긋난 호흡의 순열이 정해질 것이니

고양이 호흡에서 쉬고 토란 잎으로 쉬고 던져진 마른 빵으로 쉴 것이니


열 한 시에 난민들은 구운 빵처럼 도달할 것이니

열 한 시에 국경은 흰 죽처럼 녹아내릴 것이니

열 한 시에 외계인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니


열 한 시에 애인은 아작아작 씹고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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