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리버들 의자

by 일뤼미나시옹



고리버들 의자

-김정용


의자에 앉아서 의자에 앉을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의 심경을 헤아려본다.

의자에 필기한 노트를 준비하고 한 움큼의 꽃도 장만하고 창 아래 햇살 밝은 곳에서

의자에 앉을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세상의 작동 방식은 오직 한 가지의 가능성에 점철되어 있어서

의자의 순수한 심정으로 인생의 긍정을 기다리는 사람에겐

어쩌면 꽃이 시들어버리는 어리석음일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필기해 둔 메모의 내용까지 모두 증발해버리는

기다림일지도 모르겠다

하더라도 기다릴 사람의 가치가 있는 이가 있다면

빈 의자에 꽃과 노트와 심경을 놓아두고

기다릴 수밖에 서성거릴 수밖에 서성거리다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 화가 미하일 라리오노브의 '고리버들 의자'에 기대어 씀

* 미하일 라

리오노브

keyword
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구독자 3,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