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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20. 2022

 한 평 남짓


 한 평 남짓

 -김정용



 은유를 채워 넣으려고 합니다.

 귀가를 기다리는 어둡살에 웅크린 흑백 잡종 길고양이의 멀고 아득함이라 합니다

 기다리는 망각의 장르물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그러고 있고 앞으로그러고 있을 잡종지라고 합니다

 누가 뭐랬는지 잡풀을 짓밟고 침을 뱉고 풍선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터트렸더니 잠시 동안 부풀었다고 합니다

 한 평 번식의 봄 여름이면 이 변두리에서 땡잡은 거라 합니다

 달과 고양이는 한통속이라고 합니다

 너를 추상화로 채워놓은 방치라고 합니다

 열 시 태양이 솟아오르면 삼십 육도의 육수가 줄줄 흐르는 막노동 베니어합판 그늘이라 합니다

 죽은 고라니의 사체를 뜯어먹는 까마귀 떼의 사육제라고 합니다

 허기로 울고 연대로 울고 구애로 우는 곳이라고 합니다

 뱅글뱅글 돌아보는 산책로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정신 현상학을 탐독하고 숲의 명상을 고체화시킨다고 합니다

 별 하나에 신화 하나에 낭떠러지 하나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강보에 쌓인 어린 개의 주검을 난감해합니다

 굳은 묵을 툭툭 끊어놓은 성글한 식탁 위에 막걸리 잔을 마주한 세상 끝같네!

 기도를 기다리는 기도라고 합니다

 꽃과 정전기와 실랑이와 털 옷 한 벌이 그 안에서 보증되었다고 합니다.

 간이역을 채워 보고 싶다고 합니다

 백일몽에 핀 토끼풀의 번지수라고 합니다

 이제라도 다시금 너를 만나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비둘기를 위한 관용이 딱 한 군데 있다고 합니다

 골병든 땅을 위한 파스라고 합니다

 피부로 우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은유의 피부를 서로 물들이는 곳이라고 합니다

 인생 최소단위로 살아야 한다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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