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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23. 2022

바깥이었으면

 


바깥이었으면

 -김정용


 나비를 낳고 나비를 가라앉히는 봄 밖이었으면

 나팔꽃 태양에 야생을 마친 두개골이었으면

 달개비꽃 목마름 쪽으로 흘러가다 말았으면

 아니야 너를 원해 그렇다고 다 원하지 않아 너의 바깥만

 백동전으로 움직이는 기차를 타고 은하계의 선물을 받으러 가는 백일몽이었으면

 너무 쉽께 까지는 귤껍질은 귤의 목마름이 가득한 거예요

 파이프 오르간으로 앓는 정신질환이었으면 좋겠어요

 f 장조로 오는 과거는 미학의 편에 사로잡혔지만 나는 생활의 편입니다

 어깨를 던지는 춤을 추고요 비선형의 춤을 추고요 사나흘 세상을  아파요

 산그늘에 태어나서 하루살이  이었으면

 바람 안에 물결 밖 하늘에 몸을 새의 깃이 파도쳐요

 허공도 펄럭이고 싶은 은둔의 바깥이고요

 유월 하늘을 껴안은 명경의 무논에 잔주름 일 때 은둔지가 보이는 바깥이요

 역광의 새들이 눈의 웅숭깊은 자리에 들어와 해 질 녘으로 깊어지는 바깥이었으면

 불안이 한가득인 비트 안에서 템포를 가진 심장을 끄집어내면 식상할까요

 바깥으로 몰아낸 꽃을 거두는 나무를 향해 술잔을 들었어요

 오늘 불행잔모래  내일까지 흘러가는 잔모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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