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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24. 2022

안녕, 뒷모습


 안녕, 뒷모습

 - 김정용



 안녕, 도드라진 등뼈의 너를 위해 돼지등뼈의 살을 발라 먹었지


 안녕, 우리는 말라깽이 격발 인간이야. 어딜 가서 누굴 위해 사랑을 줄까 싶네


 안녕, 나의 뒷모습에 스무 살 붉은 철판 공장에 네가 와서 묻네


 안녕, 붉은 철판의 석양을 묻히고 사네


 안녕, 등뼈를 끼워 맞추고 새들이 난다는 걸 이제 알겠어. 새들에게도 안마를 해주련


 안녕, 오직 한 가지만 고집하는 새의 고집을 네게서 배웠지 거룩한 날갯짓을 하고 나면 알을 낳지


 안녕, 물을 끓이는 태양 곁에서 살았고 다시 돌아와 모래를 끓이는 태양 곁에 살고 있어


 안녕, 돌을 묻고 장례를 치렀어 돌을 묻고 고양이를 키웠지 돌을 묻고 돌이 우네


 안녕, 늙어봐야 주름진 얼굴에 가득한 시구를 읽지.


 안녕, 전기주전자에 물 끓이고 증기 속에서 너의 환영을 기다렸어 


 안녕, 전기주전자에 물 한가득 끓는 동안 네 여름의 시멘트 콘크리트 타설을 보았어


 안녕, 뒷모습으로 오는 우리들 


 안녕, 선생이 아름다울 때는 뒷모습에 문학이 흘러내릴 때였을 뿐


 안녕, 너를 거기 두고 있어도 너를 거기 두었다는 걸 내 등을 보이고 나서야 알 뿐


 안녕, 어디에도 뒷모습 없는 말라깽이 진종일 외나무 줄기


 안녕,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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