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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한 편

by 일뤼미나시옹



음악의 한 편

- 김정용



그 사이 우리는 폭식증에 걸렸어요. 태산이 굶는 겨울을 창 밖에 두고서요


그 사이 히키코모리가 되어서 산전수전을 거실에서 해결했어요


그 사이 철문이 흔들리고 종이꽃이 상자에 담기고 '삼가 고인을 위하여' 잘못 배달됐어요


그 사이 음악의 한 편으로 허공을 짓이겼어요 짓이겨진 어깨가 날갯짓을 했어요


그 사이 음악의 한 편이 혈관에 흘러서 햇살에만 반응하는 심근이 됐어요


돌연 창에서 고개 돌리면 등 뒤에 어둑하였던 사잇길이 소악절이 되었어요.


음악의 한 편이 문을 열고 닫고 문을 열고 닫고 문을 열고 문이 닫혔어요


음악의 한 편이 옆구리에 파고 들어와 물고기가 되어 나를 방생했어요


다들 어디서 음악이 됐다는 소식 남동풍처럼 왔지만 달달한 게 당기는 충동과 싸우고 있어요


이 뭣 꼬!라고 하는 말을 매일 들었는데요, 즉설로 음악의 한 편이라고 응했어요


사막으로의 충동에서 음악으로 충동의 나침반을 선회했어요


음악의 한 편으로 눈알이 파동 치는 희열로 미쳐버리는 우리 모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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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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