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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01. 2022

사과가 아닌가



사과가 아닌가

 - 김정용



 사다리에 닿고 해에게 닿았다면 사과가 아닌가


 프렐루드를 겪고 낙과하는 건 사과가 아닌가


 껍질을 벗겨 놓으면 사과의 바깥이 아닌가


 머리가 잘린 나무에 달렸다는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 사과가 아닌가


 제초제를 치고 제초제를 치고 제초제를 치고 나면 늦가을에 사과가 아닌가


 과일을 먹지 않는 가족 사이에 나는 사과가 아닌가


 사과를 쥐어 주고 떠나면 사과의 변증법이 아닌가 


 물 먹던 고양이를 쫓아낸 건 떨어진 사과가 아닌가


 홍해를 건너가는 해는 비타민 결핍의 편에서는 사과가 아닌가


 사과는 애무가 아닌가


 테레비를 보고 있는 사과의 결핍이지 않는가


 접시에 사과는 사과의 식사를 기다리지 않는가


 잠결에 뺨에 두고 가는 입술의 너는 사과였지 않은가 


 꿈결을 주고라도 가지, 잠결에 꼭 쥐었던 빈 손은 사과가 아니었던가


 춤을 마친 사과가 아닌가 


 썩은 반점 하나를 키우는 건 모순 있는 사과가 아닌가


 바깥에 놓였다 녹았다 얼었다 벗겨졌다 고양이처럼 잘렸다면 사과가 아닌가


 사과나무가 사과를 쥐고 서 있지 않는가


 사과나무가 사과를 쥐고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사과나무가 사과를 다 내려놓으면 팔이 무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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