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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02. 2022

만다라

 

만다라

 -김정용


고양이의 사후가 담너머가 아니라면

풀잎이 달에게 아니라면

오월 햇살이 도금 공장에게 아니라면

새의 휴식이 잔가지 설렘에게 아니라면

오렌지빛 농도를 해바라기가 잃지 않는다면

소외의 형식으로 그늘에 짙어지지 않는다면

구름 공장을 옮기는 바람이 바람결이 아니라면

응고의 늪을 헤쳐 나온 수련이 만신창이가 아니라면

꾸떡꾸덕해지는 지는 해도 퇴근길이 아니라면

몸 바꾸기 춤이 아니라면

먼 곳 에로 자기 바깥을 발음하지 않는 고라니라면  

그려놓은 풍경에 칼바람을 새겨 넣고 물러서지 않는다면

풍경으로 앓는 안색이 아니라면

창이 관통해주는 안색이 아니라면

투명해질 건가 그릇처럼 덩그럴 것인가에 문제가 아니라면

여기서 아파라 아파라 해도 못 다가오는 당신이 아니라면

서럽네 했다가 오지게 뺨 맞는 정색이 아니라면

찻 잔 대신 너를 마셔버리지 않는다면

속 껍질을 껴입은 해바라기씨가 아니라면

벌레여 벌레여 아직도 아작아작 걸어오지 않는다면

두 달 완성품이 된 닭공장의 달걀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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