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
- 김정용
하루가 서늘하네
작업화가 식네
하루가 서쪽이네
옆 사람아, 사탕이나 뭐 달달한 거 갖고 있는가
옆 사람아, 아침보다 더 각진 얼굴이네
하루가 입술 위에 얹힌 손가락이네
하루치 근육을 합판에 다 주었네
새가 잿빛 하늘을 지고 가네
못다 옮긴 몫이네
한 그루 밑에 빈 그릇이네
고추기름이 묻은 흔적의 하루였네
베니어합판 위 백로 같이 쪼그린 해 질 녘이네
담배를 권하고 담배를 무네
하루는 몇 모금일까
하루의 호흡은 어디로 모였을까
눈을 허공에 내맡길 새가 없는 하루였네
추분 같이 담배를 물고 쪼그린 해 질 녘이네
삼겹살을 물리도록 구워볼까
먼지를 털면 하늘이 퍼렇게 드러나는 하루였네
몸이 전적이며 전부라서,
질문이 오면 어눌해지는 하루였네
상현달을 입술에 얹고 천천히 빛에서 지워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