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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03. 2022

반가사유


 반가사유 

 - 김정용


 하루가 서늘하네

 작업화가 식네

 

 하루가 서쪽이네


 옆 사람아, 사탕이나 뭐 달달한 거 갖고 있는가

 옆 사람아, 아침보다 더 각진 얼굴이네


 하루가 입술 위에 얹힌 손가락이네 

 

 하루치 근육을 합판에 다 주었네

 새가 잿빛 하늘을 지고 가네

 못다 옮긴 몫이네 

 

 한 그루 밑에 빈 그릇이네

 고추기름이 묻은 흔적의 하루였네

 

 베니어합판 위 백로 같이 쪼그린 해 질 녘이네

  

 담배를 권하고 담배를 무네 

 하루는 몇 모금일까

 하루의 호흡은 어디로 모였을까


 눈을 허공에 내맡길 새가 없는 하루였네

 추분 같이 담배를 물고 쪼그린 해 질 녘이네


 삼겹살을 물리도록 구워볼까 

 먼지를 털면 하늘이 퍼렇게 드러나는 하루였네


 몸이 전적이며 전부라서, 

 질문이 오면 어눌해지는 하루였네


 상현달을 입술에 얹고 천천히 빛에서 지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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