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김정용
새를 가둬놓고 해는 변두리를 두리번거려라. 새를 가둬놓고 해는 서녘에 홑이불을 펼쳐라. 가족은 서로의 안부를 묻듯 국숫발을 빨아들여라. 갇힌 새는 바람난 마누라 찾아 떠돌다 위암에 걸린 삼촌의 이야기를 조잘거려라. 새를 가두고 어미는 손목을 묻어라. 새의 울음을 닮은 채소들이 손목 깊이에서 자라라. 너희를 먹어치우고 가족은 날 것을 살겠다. 새를 가두고 호미를 쥔 큰 딸 앞에 어린 풀들은 도망치거라. 어린 풀들을 호미가 파헤칠 때마다 마당에 핏물 끓듯 실뿌리 비명을 뻗쳐라. 새를 가둬놓고 젖은 길을 따라 아들은 달려라. 새를 가뒀으니 벼랑을 찾아야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남겨라. 새를 가두고 어린 딸은 밥을 굶어라.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내어 새장 안으로 들어라. 가족이 새를 가두자 장미는 눈이 멀었다. 가시눈물을 흘리며 어린 딸의 눈에 장미가 피어라. 새를 가두지 않으면 가족의 비밀이 마을에 들판에 만발이다. 갇힌 새는 가족 소설을 조잘거려라. 어린 딸의 어깨에 깃이 막 돋기 시작하여라. 아비는 술에서 깨어나면 다시 진탕 마셔라. 달이 달아나는 밤을 마을은 모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