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나자
-김정용
먼 나라에 전쟁이 터지고 피난민들이 국경을 넘을 때
꽃눈을 뜬 산수유를 옮겨 심으며 꽃 피는 걸 포기하는 건 아닐까 조바심
올봄에게 올봄의 부피에 맞는 옷을 입혀줄 방법은 뭘까.
탱크가 산천초목을 짓밟고 어린아이가 아버지와 생이별을 할 때
쓰레기 널린 천변 걸으면서 가슴에 시커먼 개흙이 쟁여지는 감당
끝났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탄식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자
낮술을 먹고 고성방가 하는 이를 본지 오래다
낮술을 먹고 초식동물처럼 풀섶에 널브러진 이를 본지 오래다
낮술을 마시고 울분을 토하고 멱살 잡혀 끌려가며킥킥거리는 낮달 얼굴색 본지 오래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자
먼 나라 전쟁의 참사를 테레비는 전쟁 영화 중계하듯
실감 없이 밥을 씹으며
보는 먼.나라 화염에, 우리, 무슨 일이 일어나자
무전 걸식 고양이가 참새를 잡아다 발톱을 드러내어 사체의 털을 뜯어내다 내버려 두었다.
여린 봄 햇살이 바들바들 떨면서 몸을 감싸고 떠나지 못했다
수선화가 피려는 초록 옷을 차려입는 근처였다
봄기운을 돋우는 나무들에게 물주면서
새 잡아 죽이지 마라, 마주보고 여러 번 눈 깜빡거리면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자
내장 지방에 좋다거나
피를 맑고 한다거나
피부를 윤기 있게 한다는 상품광고 피해
달아나듯 채널을.돌릴 때
고픈 배가 화염을 보고 한 삽 드러낸 듯 더 배고프자
가뭄에 단비이었지만 힘없이 흘러가는 물에 발 담근 물새
추레한 외투를 입고 치어를 사냥하려는 경직된 공격 자세를 풀지 않고 있을 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자
전동 휠체어를 탄 노인이 쓰레기 더미에 빈 깡통을 모아 둔 컵라면 상자를 안고 촐촐촐 딸기 하우스 옆을 굴러간다
아직 시작도 안한 봄이 잔여분 같을 때
기름기 없는 물새의 몸 색이 봄 색이려면
꽃눈을 뜬 산수유 샛노랑이 봄의 몸 색이려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