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이라도 좋았다. 열흘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다시 온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 좋았다. 갔으면 돌아와야 한다. 무심히 갔으니 무심히 돌아오는 것이다. 그 사이 열흘 만개한 시간이 좋은 것이다. 너를 만났던 그 열흘의 대지는 폭발하는 감정의 바다였으며 붉고 노랗고 보랏빛의 격정이 꽃이라는 형식의 춤으로 흔들려서 좋았다 화무십일홍은 없어짐의 허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없어짐에서 왔던 열흘 열렬함으로 이야기되어야 한다. 가을 햇살 무너지면 세상이 무너진다. 그것이 사물의 시간이다. 빛으로 드리워진 시간 말이다.
Emil Nolde - Irises and Pansies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