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르느와르 : 연인

by 일뤼미나시옹





여인을 보라.

죽은 눈동자. 허공에 던져진 텅 빈. 움푹한 눈

그리고 무엇보다 왼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비웃음. 썩은 미소.


사랑의 거절 방식은 다양하다.

얼마든지 아름다운 언어로 거절할 수 있으며

풀밭의 부드러움 위에서

나무 그늘의 안온함 속에서

풀잎의 질감과 닮은 언어로 거절과 이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그러나 역으로 본다면

도대체 사내의 어떤 말이 그녀의 입에

빈정거림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미소를 띠게 한 것일까.


화가는 인물들을 자연과 한 덩어리로 녹아들게 하듯 표현을 했다.

그러나 낯빛이 창백한 여인의 미소는 감상자로 하여금 당혹감과 충격을 준다.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간 썩은 미소

물질적 비웃음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는 괴로움을 저 사내는 감내할 수 있을까.


Pierre-Auguste Renoir - The Lovers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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