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아름답냐?
추수가 아름다운 것은 그 열매에 부과한 노동의 총량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가을 추수의 결과는 어떤가?
추수를 끝낸 농부들의 겨울은 마냥 아프기만 하다.
더불어 추수 끝낸 겨울나무들도 무한정으로 아프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플 여력 없이 살다가 끝내 그들은
추수를 마치고 나면 삭신이 쑤시고 혼절하듯 앓고 목이 붓고
기침을 하고 뼈마디에 바람이 들고 척추가 휘고 두통이 오고
진통제로 살고 피부는 거칠어지고 손마디 뼈는 불거졌고
옆의 아내도 같이 앓아 누웠고, 온 마을의 농부가 모두 앓아 누웠다.
추수가 아름답냐?
그냥 그렇다치자.
마트에서 채소 고를 때, 시장에서 감자나 고구마 살 때, 살 한포대기 살 때
몸살 앓은 농부를 삶을 한 번 쯤 생각해야 한다.
내가 먹는 한 알의 사과는 하루 농부의 노역을 먹는 것과 같다.
세상은 같이 앓고 같이 살아내는 존재들의 통합이어야 한다.
들뢰즈의 말을 다시 상기한다.
"모든 것은 생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