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기다리는 배웅

by 일뤼미나시옹
Trevor Chamberlain - W H Smith, St Pancras Station [1981].jpg



기다리는 배웅을 했다

매일 너의 아침에 깨어나서

기차를 그리워하던

소년 시절로

너를 배웅하는 기다림을 살았다.


어깨에 눈을 얹은 기차가 달렸고

눈의 무게로 어깨를 잃은 소나무가

기다림의 배웅을 하는 나와 함께 있었다.


너무 일찍 배웠버렸던가

아니면 너무 일찍 서러웠던가

자기의 날개를 견디는 새들의 몸이

그리 얇디얇아서

은박지 같은 밤의 하늘을

침묵의 지체도 없이 가를 때


내 언어의 저항은 어떤 과녁을 겨냥해야 하는가.


아직 너무 많은 서러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나는 배웅하는 기다림의 자리를

서러워할 따름이니.


아파서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려 본 사람은

나의 기다림의 배웅을 알아챌 것이니

내가 견디는 플랫폼의 이야기는, 수많은 증식의 너를

기다리는 배웅이니.


>

트래버 체임벌린 : 세인트 판크라스 역

Trevor Chamberlain - W H Smith, St Pancras Station [1981]

keyword
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팔로워 3,360
매거진의 이전글자신이 사는 마을을 순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