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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01. 2019

슬퍼하고 나서 슬퍼하고 나서

Thomas Hart Benton - The Menemsha Hurricane [1954]


달에게 믿는다 태풍을

태양을 짓이긴 저녁 나무들의 찬란한 침묵

아직은 그늘이 짙은 마을의 서쪽


돌다리에게 믿는다 몰락을

중세의 정원은 얼마나 관리되어야 하는가

아직은 그늘이 짙은 물안의 마을


여섯 별에게 믿는다 철새들의 회귀를

흐림을 사랑한 마음의 궁륭

아직은 그늘이 짙은 마른 수국 오후


너에게 믿는다 두 번의 몰락을

겨울과 봄 사이에 우리는 진흙이 되었다

형상이 이루어지면 숨결이 돋아야 하듯

숨결이 돋으면 한 번의 몰락이 무너지고

숨결이 돋아 별자리의 공백이 매워진다


걸음에게 믿는다 산책 후의 무기력을


슬퍼하고 나서 사랑을 쓰자

슬퍼하고 나서 사랑을 겪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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