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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19

11월 하순

maureen  gallace



   11월은 나무가 나무의 여행을 떠나는 달입니다. 나무가  나무의  자리에서  거인의 보폭으로 여행을 떠나는  11월입니다. 나는 방금 그림  속으로 사랑하는 나무 한 그루를 떠나보냈습니다. 나무도 나무의 여행이 있습니다. 어디로 여행을 떠나는 걸까요. 철새들은 머릿속 철분을 나침반으로 삼거나, 별자리를 보거나, 지난해  머물렀던 물살의 내용을 기억해서 다시 찾는다는데. 11월의 나무는 어떤 경로를 거치는 걸까요. 우리는 일상에  지쳤을 때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오는 여행은  여행이 아닙니다. 그냥 장보기입니다. 오늘 나의 나무는 손에 한가득 물든 이파리를 흩뿌리면서 떠났습니다. 나무가 나무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을  땐 나무는 헐하고 빈 합니다. 나무가  헐빈 하게 서 있을 땐 그의 여행이 끝난 것입니다. 헐빈 해지는 거. 그러려고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나무가  나무의 여행을 시작하듯 나무가 나무의 여행을 끝내듯이 나는 나무의 갈증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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