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남편 머리채 잡아 뜯던데 그거 가지고 안된다
내 고통 어쩔 거야~~~
드디어 출산 날이다. 아이가 40주 넘어가도록 나올 생각을 안 해서 유도분만을 하기로 결정했다.
8시간 금식, 굴욕의 관장, 무통주사, 왕바늘.
그날 기억을 떠올려보니 이런 단어들이 생각난다. 배에 아기 태동 소리 들을 수 있게 부착해주는데 그건 너무 귀여운 기억이다. ‘쿵쿵쿵 쿵쿵쿵’ 아기 심장소리
어디에서나 들을 수 없었던 분만이었기에 사실 너무 당황했다. 두 시간마다 아이 머리 잘 내려오나 의사가 확인하는데 난 이게 그렇게 싫었다.
아이 성격이 느긋한 편인지 나올 생각을 안 했다. 결국 이날은 유도분만 마무리로 다음날 다시 시작해보자고 했다.
다시 유도분만 시작!
‘아이가 왜 이렇게 안 나오지? 짐볼 좀 가져다 드릴게요. 운동 좀 하고 계세요.”
짐볼 운동을 하다 보니 다른 병실에서 출산하는 비명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나는 진통이 언제 오나? 생각하는 순간 양수가 터지면서 내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 못 할 고통의 세계가 펼쳐졌다.
으악~
내 비명소리를 듣고 수간호사로 보이는 분이 들어왔다.
“000 산모 진통 시작이에요~준비하세요”
“산모분~ 남편분 어디 가셨어요? 아기 나올 것 같은데”
“몰라요~그냥 없어도 돼요”
너무 아프니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다. 하필이면 주차할 때부터 차가 말썽이었는데 남편이 자리를 잠시 비웠을 때 진통에 걸렸다. 병실에 돌아와 보니 진통 중 이서 놀랬다고 나중에 말해주었다.
“자! 이제부터 심호흡할게요. 하나 둘 셋! 산모분 힘주세요!”
“미역국~~~~!”
유도분만으로 이틀간 금식을 했기 때문에 얼른 낳고 미역국 먹을 생각으로 외치며 똥꼬에까지 힘을 줘봤지만 소용없었다.
“한 번만 더 힘줘볼게요!”
힘~~!
간호사 선생님이 배 위에서 아이를 밀어주어봤지만 아기가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담당 선생님이 안 되겠다고 아이가 엄마 골반에 걸려서 못 내려온다고 수술 결정을 해야겠다고 했다.
서둘러 수술동의서에 사인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부분마취로 하려고 배에 마취하고 꼬집어 보는데 감각이 다 느껴져서 아프다고 하니 안 되겠다고 전신 마취해야겠다고 했다.
그렇게 마취로 인해 또다시 잠이 스르륵 들었다.
깨어보니 배속은 홀쭉해져 있고 아이는 없고
너무 추워서 이빨은 달달 떨리고 목소리가 안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이 보이자마자 내 첫마디는
“아이 건강해요?”
“네,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고 잘 울었어요”
“환자분 피를 많이 흘려서 피를 세팩 수혈했어요. 좀 쉬고 계세요”
난 참 쉬운 게 없구나.
전신마취 수술을 하니 아이를 바로 볼 수 없어서 서운했는데 아이는 신생아실에서 보낸 후 4시간 후에 병실로 데려다줬다.
“너구나~반가워”
아이를 만나자마자 건넨 첫마디다. 신생아를 처음 본 나는 모든 게 신기했다.
너무 작고 소중한 내 아이.
처음 안으니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지고 몸이 따뜻했다.
모든 게 신기했다. 조그마한 얼굴에 눈썹, 눈, 코, 입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배고프다고 빽빽 우는 것도 어찌나 귀엽던지,,,,,
황금 같은 산부인과 특실과 조리원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친정집에서의 신생아 육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