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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정원 Oct 23. 2022

친정엄마

나의 든든한 지원군

바로 생각 나는 사람이 친정엄마였다. 밤늦게 사색이 되어 친정집에 들어오는 날 보고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엄마 나 하혈을 해가지고”
“뭐라고? 아이고 세상에 얼른 누워라” 아무 말도 묻지 않으시고 그저 딸의 몸부터 챙겨 주셨다.
“근데 아이는 괜찮대요” “그래? 너무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날부터 배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친정집에서 머물며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아침, 점심, 저녁, 뭐 먹고 싶은 거 없냐며 살뜰히 챙겨주셨다. 하지만 엄마도 나이가 70대가 넘어가다 보니 몸에 약간의 무리가 오셨나 보다. 그렇게 친정집에서 지내다가 이제 괜찮겠다 싶어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였다. 새벽 6시에 친정오빠한테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오빤데, 어머니가 병원을 안 가셔, 네가 말해봐”
“응~ 알겠어”
이제 새벽에 전화가 오면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어 심장이 쿵쾅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내가 친정집에 있는 동안 삼시 세 끼랑 간식을 챙겨주느라 무리하셨는지 어지럽다고 하셨다. 고혈압이라는 지병이 있어서 매일 약 복용을 하고 계시지만 어지러워하는 건 처음이었다.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보자고 하니, 병원은 없는 병, 있는 병 다 얘기한다고 싫다고 하신 모양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마음씨 착한 오빠가 너의 말은 듣지 않겠냐면서 전화한 거였다.
결국, 오빠의 손에 이끌려 검사를 받게 되었고 빈혈과 위궤양이라는 진단을 받으셨다.
해방둥이인 엄마는 개방적이면서도 약간 폐쇄적인 면이 있는 분이다.
오빠와 나의 이중 잔소리 폭격으로 지금은 병원에 잘 다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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