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 기관 생활을 하고 있을쯤이었다. 그 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3달째 가정보육을 하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너무 지쳐 미디어의 힘을 조금씩 빌렸었다. ‘시크릿 쥬쥬’를 틀어주고 빨래를 널러 베란다로 나갔다. “엄마 빨래 널고 있을 테니까 보고 있어!” “응 알겠어" 쿵! 빨래를 집어던지고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 보니 현관에서 아이가 피를 흘리고 울고 있었다. ‘악~어떻게" 살펴보니 머리가 5cm 정도 찢어져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라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느 병원에 찾아가야 하나 생각이 나질 않았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엄마 전화기 어디 있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니 아이가 나 때문에 더 놀라 자지러지게 울었다. “119죠, 아이가 머리가 찢어졌는데 어느 병원에 가야 해요?” “일단 아이면 응급실에 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응급차 불러드릴까요?” “아니요, 그럼 소아응급실로 가도 된다는 말이죠? 감사합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할 때라 응급대원님들 힘들까 봐 알아서 간다고 하고 끊었다. 아이 다친 부위를 지혈하며 택시 타고 가면서 ‘내가 그때 빨래를 널지 말았더라면'이라고 나를 계속 자책하게 되었다. 소아응급실로 들어가는데 내가 너무 벌벌 떠니까 “어머니가 떠시면 아이가 더 떨려해요"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해주어 ‘아이는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라고 되뇌었다. 그랬더니 떨리는 감정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사전 문진을 하고 들어가서도 한참을 앉아서 기다리는데 왜 이렇게 안 불러줄까 생각해보니 아이가 머리를 다쳐서 병원에서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하나 보다라는 지레짐작을 하게 되었다. “아이 어디에서 다쳤어요?” “빨래 널으러 간 사이에 소파에서 떨어져서 머리(두피 부위)가 찢어졌어요" “아이고, 생각보다 많이 찢어졌네" 아이들은 아직 마취할 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스테이플러로 찍는다고 했다. 조그마한 머리에 스테이플러를 찍는다니 “내가 그때 빨래만 널지 않았더라면!” 다행히 아이는 씩씩하게 스테이플러 처치도 잘 받고 나중에 스테이플러 심 제거술도 잘 받았다. 내가 부주의해서 다쳤다는 자책감에 아이가 해달라는 백설공주 역할놀이를 1만 1890번쯤 해줬던 것 같다. 이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쁜 아가씨~사과하나 먹을래?’가 저절로 나온다. 나중에 아이가 이야기를 정확히 해주었다. 소파에서 뛰다가 떨어진 게 아니고 신발에 걸려서 넘어진 거라고 했다. 그렇다고 피가 난다고? 생각해보니 그날 머리에 삔을 꽂고 있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날카로운 쪽이 머리에 찔리면서 상처가 난 거였다. 그나마 이 정도인 게 다행인 걸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다칠 수가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