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뱉어 내야

[우리 동네 갤러리] 11

by 정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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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겁다. 보기만 해도 무겁다. (속으로) 외친다.

'왜 내 순서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걸까.'


돌아보니 자주 그랬다. 쉽지 안(았)다.

쉽게 쉽게 넘어가는(듯한) 이의 등에 시선을 꽂고 생각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관객들이 함성을 내지른다. 새벽이 박수를 보낸다.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들린다.

마음을 들여다본다. 온유한 사태를 욕망이 밀어낸다.

내 것인지 내 것이 아닌지도 모른 채 들어 올린다.


그러다 알게 된다. 들어 올린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수많은 이들에 의해 들어 올려진 것에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다는 것을.



들이받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게 더 쉽고,


받아들여야 더부룩한 정신이 줄어들고,


그렇게 비워져야 더 채울 수 있고,


먼저 채워져야 정말 나누면서 살 수 있고,


꾸준하게 나눠야 겉에서 안이 조금씩 조금씩 비추이고,


안이 비추이기 시작하는 그때부터가 진정한 나로 살기 시작이니까,


읽지만 말고 뱉어 내야 내 것을 날것으로라도 만날 수 있다.



보이는 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보여야 한다.

함께 걸어 가는 그 길에, 고비에, 가슴에,

숨이 채워진 허공에조차 아릿한 아름다움을 남길 사람, 사람들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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