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과정
충전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매일 충전을 통해 하루를 시작하죠. 휴대폰, 자동차,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 '사용 가능한 상태'란 곧 살아있음을 의미합니다. 원래 지니고 있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다시 주어진 '오늘'이라는 여백 넓은 도화지 위에 생각하고, 선택하는 모든 순간들로 채워진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죠. 모퉁이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으면서.
'존재'한다는 것은 - 기계도, 자연도, 나도 -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다시 충전하는 과정입니다. 반복되는 의식과 행동의 연결고리가 끊여지지 않게 말이죠. 이런 상태를 일상이라고 부릅니다.
가는 곳마다, 머무는 곳마다, 만남 때마다 휴대폰을, 태블릿을, 이어폰을, 자동차를 그리고 나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두리번거리는 이유는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에요. 두려움 속에는 무언가 부족해졌을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대처할 자신을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에너지가 다 소모되어 더 이상 사용 가능한 상태가 아닌 것
방전입니다. 제 기능이 '사용 불가능한' 상태에 놓인 거죠. 완전한 방전은 아예 작동을 못하죠. 자기 신뢰가 부족한 탓에 기계적 충전에만 몰두하다 스스로의 에너지를 빼앗기게 되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충전의 뒷면이 방전입니다. 둘은 한 몸입니다. 충전이 등이고 방전은 배입니다. 등을 되고 있는 동안 배는 방전이 되고, 배가 충전이 되는 동안 등은 방전이 되죠.
이렇게 완전한 충전이란 역설적으로 방전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고성능의 배터리를 탑재한 존재라도 방전은 이미 예견되는 사실이죠.
우리가 잠과 음식을 통해 충전하는 이유는 가치로운 활동을 통해 방전을 하기 위한 것이듯, 나무의 꽃이 열매를 맺은 후 떨어지듯이.
그러니 방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방전은 손실이 아닙니다. 충전을 향해 나아가는 지름길입니다.
우리는 완전한 충전과, 완전한 방전의 극값 사이에서 '하루'라는 나룻배를 타고 '오늘'이라는 노를 저으면서 자기만의 항로라는 지도 위를 몇 가지 도구를 챙겨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겁니다.
주로 글이나 메시지를 (작은 종이에) 적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
쪽지입니다. 나룻배를 타기 전에 완충에 가깝게 나를 충전하고 그 에너지를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도 옮겨 줄 수 있는 아주 나이쓰 한 '핫스팟'입니다. 자신의 지도 위에서 길을 잃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주저앉지 않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죠.
게다가 돈도 들지 않아요.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요. 자기 루틴을 그에게 맞춰 일부러 바꿀 필요도 거의 없습니다. 쪽지에 쓰인 몇 글자는 나를 몽땅 표현합니다.
쪽지를 건네는 대상에 대한 칭찬, 격려, 감사, 위로, 응원, 지지, 고백, 사과, 확인, 긍정, 진심, 걱정, 염려, 온기의 마음으로 들어차 있죠.
여보, 오늘도 파이팅 합시다!
아빠, 오늘 발표 멋지게 잘하고 와♡
비니야, 냉장고 위쪽에 볶음밥 있어~ 꼭 먹고 나가.
김 군, 그날은 저의 실수가 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통화가 안되어 쪽지 남깁니다....
윤팀장, 자리에 없네. 어제 너무 멋졌어. 좋은 하루.
친구야, 노트 잘 봤어. 고맙고 우리 이번 시험에서 같이 대박 내자~~
쌔엠~, 이쁜이 람이 왔다 가요~ 자리에 안 계셔서 메모 남겨여. 오늘도 늦어서 지송^^
쪽지의 급속 충전 기능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쪽지로 충전된 에너지는 쪽지를 받은 사람보다 쪽지를 쓰는 사람이 더 먼저 충전된다는 것이죠.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리만큼 충전된 배터리의 방전 속도가 현저하게 느리다는 것도요.
디지털 쪽지가 '선플'입니다. 착한 반응(善reply)이죠. 누군가의 글이나 의견에 '저는 원래 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이라고 표현했던 저는 지나고 보니 다 핑계였더군요.
내 마음도 그 사람 마음도 잘 읽어내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니 정리되지 않았고, 몇 줄의 텍스트로 표현하는 데 주저했던 거였습니다. 마음 역시 표현해 버릇해야 했던 겁니다.
쪽지는 함께 머물러 있는 기록입니다!
우리가 서로 같이 '존재하는 이유'의 시간으로,
타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마음에 먼저 다가가려는' 행위로,
서로를 갈구하는 '신뢰와 연대'의 가슴으로,
나와 네가 삶의 의미를 '스스로 계속 발견'하게 하는 연료로.
당신은 누구에게 어떤 쪽지를 보내시려나요?
[지담_글 발행 예정 요일]
토(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일(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월요일 새벽에는 브런치 성장 일지 [브런치 덕분에]를 발행합니다)
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수(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목(출근전 발행) : 고3의 기술
금(출근전 발행) : 고3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