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말들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10

by 정원에

'모든 목표 달성! 목표 달성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오늘 정말 고생했어요.'



막 들어선 어둑한 거실. 워치에서 불꽃놀이가 터진다. 까만 화면 위로 알록달록한 불꽃이 피어난다.


이 작은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미소가 지어진다. 하루 끝에 이보다 더 나를 기특하게 여길 일이 또 있을까.


한동안은 그렇게 믿었다. 몸이 먼저고, 몸이 되면 마음은 따라올 거라고. 그래서 몸을 무기 삼아 수많은 일을 떠맡았다. 거절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해내는 내가 위대했고, 잘 해내는 내가 우월하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점점 깊이 빠질수록, 내 안에는 부정적인 말들이 쌓여갔다. 생각이 먼저였고, 그 생각은 곧 말이 되었다. 비난, 조급, 허무, 옹졸…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마음 안에서 웅성거리던 그 말들이 나를 천천히 상처 냈다.


가시덤불 속을 헤매는 것 같은 시간이 길었다. 상처가 아물어갈 때쯤,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말이 다한다는 것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아도, 생각으로 스치는 한마디 말조차 나를 움직이고 다치게 하고 살린다는 것을.

그때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예쁜 말을 걸기 시작했다. ‘괜찮아, 잘했어,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해.’ 그 말들이 마음이 되었고, 그 마음이 몸을 다시 살려냈다.


대단한 프레젠테이션보다 예리한 보고서보다 더 가치 있는 순간들이 있다. 출근길에 마주친 익숙한 얼굴에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 퇴근길 엘리베이터 거울 속 나에게 윙크를 보내는 것. 음식을 앞에 두고 “감사합니다”를 내뱉는 것. 언제라도 일과 나를 구분하는 것. 지친 하루 끝에서 나를 안아주는 것을 잊지 않는 것.


그 모든 순간에 예쁜 말 하나가 마음을 살리고, 마음이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몸도 살아 움직인다. 눈을 감고 내 안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눈을 감고 내 글 속을 떠다니는 문장들을 되새긴다.


눈을 감고, 진짜 나를 들여다본다. 더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기 전에, 그렇게 천천히 걸음을 멈췄을 때, 직면한 문장.


“나는 대단하지 않다.”


이 말은 무가치, 무능력이 아니다. ‘가리지도 못하고 다 해내려 하다 분열되고, 파괴되었던 나’에게 이제는 그만하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포기가 아니라, 자유의 안도였다. 알랭 드 보통은 말했다. "요구를 버리는 일은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만큼이나 행복하고 마음 편한 일이다."(주1) 라고.

_주1 > 불안, 알랭 드 보통, 2011, 은행나무


젊고 싶다는 욕망을, 능력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늘씬해야 한다는 환상을 포기한 날, 우리는 되려 말한다.


“다행이야. 그런 환상들은 이제 사라졌어.”


이제는 말로 나를 돌본다. 말로 하루를 안아준다. 말로 타인을 향한 애정을 전한다. 희망이 담긴 말. 예쁜 말. 살아 있는 말. 그 말들로 하루에 찬사를 보낸다. 서로의 생에, 단 하루뿐인 오늘에,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안녕, 잘했어. 고마워.”


이것을, 남은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목표라며 자부하고 살아야겠다.






[ 알림 ] _ 8월 23일 [ 위대한 시간 2 ]에 작가와 독자를 초대합니다!!

@일정 : 2025. 8. 23(토) 13:00-17:00 (1차 -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2025. 8. 30(토) 17:00-19:00 (2차 - 온라인)

https://guhnyulwon.wixsite.com/my-site-2


@참여방법 : 참가비(1,2차 모두 합쳐 3만 원). 아래 신청링크 클릭

@신청링크 : https://forms.gle/3xgDsqr5VYCuQfpRA

https://blog.naver.com/ji_dam_

@브런치북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로 7월 28일부터 30일 연속 글쓰기 중입니다. 30일 뒤에 한 권의 초고를 완성하려는 도전입니다. 그러는 동안 기존 라이팅 레시피는 잠시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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