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은 사람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19

by 정원에


밴쿠버에서 한 달 정도 머물던 시절. 아들과 함께 창고형 헬스장을 다닌 적이 있다.



길게 뻗은 박스형 건물, 벽 가득한 대형 거울, 줄지어 선 수많은 기구들. 러닝머신만 해도 열 대는 훌쩍 넘었다.



평일 오전인데도 땀 흘리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쓸 수 있는 기구는 몇 개 되지 않았다.



처음 보는 기구들이 가득하기도 했지만, 덩치 큰 이들이 쿵쿵 기구를 내려놓고, 괴성을 지르며 줄지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녀린(?) 나여서가 아니라 그 공간이 온통 '자기 과시'의 각축장 같았던 탓이다.


그런데, 지인을 통해 전혀 다른 분위기의 헬스장을 알게 되었다. 미국 1위 헬스장이라는 000 피트니스. 첫 번째 회원 조건부터가 반갑다. 몸이 너무 좋으면 탈락. 나와 같은 초보자도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란다. 참 인간적이다.



게다가 헬스장 차원에서 월 1회 피자 데이, 베이글 데이를 운영한단다. '열심히 운동한 당신, 먹어라'라고 응원까지 해주는 이벤트도 많은 멤버들을 모으는 게 큰 요소가 된다고.


나는 여기까지만 듣고 그저 '회원 모집 전략'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을 듣고 나서는 내 생각이 잘못되었구나 싶어졌다. 바로, 헬스장 내부에 '평가 금지 구역'을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는 점이다. 말만 들어도 아주 편안해진다.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거나,

기구를 큰 소리로 내려놓거나,

운동 중 으르렁거리며 괴성을 지르거나,

다른 사람의 몸매나 운동 자세를 평가하면,



곧바로 '런크 알람 Lunk Alar' 사이렌이 울리고 직원들이 나타난단다. 그러니까 그곳에서는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과시형 행동을 하는 이들을, 좀 더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이들을 '얼간이' 취급하는 셈이다. 다소 과격한 퍼포먼스 같아도, 그 취지는 속 깊이 공감된다.



그러고 보니 우리 단지네 헬스장에도 하나의 경우에 대해서는 경고, 아니 협조의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기구를 쿵쿵 내려놓지 마세요'.


직업적으로 평가 장려 구역이 넘쳐나는 공간에서 앞장서 한 부분을 담당하는 나로서는 괜히 흐뭇하고, 기쁘기까지 한 이야기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평가 금지'를 진심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뭉클해진다.



그러다 깨달았다. 나에게도 그런 구역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수목원



마음껏 숨 쉬고, 마음껏 걸으면서 고해성사(!)를 하고 미안함을 달래는 곳이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곳에 한참을 머물다 오면 신기하게도 숲 바깥에도 숲 같은, 숲 속 나무 같은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띈다. 스스로를 평가하지도, 타인도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이. 옆에만 있어도 그렇게 살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숲에 더 자주 가야 하는 이유인가 보다.





[ 알림 ] _ 8월 23일 [ 위대한 시간 2 ]에 작가와 독자를 초대합니다!!

@일정 : 2025. 8. 23(토) 13:00-17:00 (1차 -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2025. 8. 30(토) 17:00-19:00 (2차 - 온라인)

https://guhnyulwon.wixsite.com/my-site-2


@참여방법 : 참가비(1,2차 모두 합쳐 3만 원). 아래 신청링크 클릭

@신청링크 : https://forms.gle/3xgDsqr5VYCuQfpRA

https://blog.naver.com/ji_dam_

@브런치북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로 7월 28일부터 30일 연속 글쓰기 중입니다. 30일 뒤에 한 권의 초고를 완성하려는 도전입니다. 그러는 동안 기존 라이팅 레시피는 잠시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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