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게 흔들려라

[ 아빠의 유산 ] 58

by 정원에

아이야.


너희가 성인이 되고 난 뒤, 아빠는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더 자주 꺼내 들곤 한다. 젊은 날에는 그저 성공하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읽었던 문장들이 이제는 삶의 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란다.

나는 오랫동안 ‘어른’이 된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시몬스침대 같은 상태가 되는 줄 알았다. 나이가 들면 불안은 사라지고, 정답이 마침표처럼 딱 찍히는 순간이 올 거라 믿었지. 그게 내가 너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아빠의 모습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책을 꽤 많이 읽은 지금,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인생 스포일러’는 이것이다.


“결말을 알 수도 없지만, 설령 안다고 해도 과정은 어김없이 흔들린다.”


우리는 늘 어딘가로 가고 있다. 때로는 자전거를 탄 것처럼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고, 때로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조각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


아빠는 그 불안함이 싫어서 닻을 내리고 멈춰 서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크고, 멋진 나침반을 여러 개 놓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방향을 처음부터 제대로 잡으려고 했었던 것이지.


그런데 요즘에 그 나침반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고장 난 나침반 바늘은 움직이지 못한다. 바늘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가장 치열한 상태라는 것을!


너희도 알다시피 아빠가 식탁에 앉아 간혹 다리를 떨 때가 있지 않니? 어릴 때는 그럴 때마다 할머니한테 ‘복 나간다’라며 야단을 맞곤 했었어.


그런데 어쩌면 단순히 복을 털어내던 게 아니라, ‘인생의 북쪽’을 찾기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진동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사랑하는 아이야.

너희의 삶도 지금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 분명히 흔들릴 거야. 취업, 사랑, 관계, 미래.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어 마치 고장 난 나침반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빠는 너희의 그 흔들림이 참으로 대견하다. 그것은 너희가 멈춰 있는 고철 덩어리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으려 애쓰는 아주 예민하고 성능 좋은 나침반이라는 증거니까.


바늘이 멈춰버린 삶은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이미 길 찾기를 포기한 고장 난 상태란다. 그러니, 앞으로도 삶은 계속 너희를 흔들 거야.


그때마다 두려워하거나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 내 인생의 GPS가 지금 위성을 잡느라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하고 유쾌하게 넘겨버리렴.

흔들림은 불안이 아니라, 살아있음의 리듬이다. 그러니 마음껏 흔들려라. 너희의 나침반은 고장 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게 문제다.

혹시 지금 너무 심하게 흔들려서 멀미가 날 지경이라면 언제든 찾아오렴. 아빠가 방향은 못 잡아줘도, 맛있는 밥 한 끼 먹으며 같이 (다리라도) 떨어줄 수는 있으니까!


p.s

지금 당장 마음이 불안하고 흔들린다면, 몸도 같이 (격렬하게)흔들어서 밸런스를 맞춰라. 노래방 가서 탬버린을 흔들든, 헬스장 가서 단백질 쉐이크 통을 흔들든, 아니면 아빠한테 전화해서 “이번 달 생활비는 보내지 않으셔도 돼요”라며 아빠의 동공을 흔들리게 하든!



라이팅 레시피3.jpg


작가의 이전글데카당; 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