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내려와 의자에 앉는 시간

[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 6

by 정원에

결론부터 말할게요. 당신이 지금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그 딱딱한 의자가 사실은 우주가 당신을 위해 예약해둔 ‘VIP석’입니다.


지난 5년간 낯선 곳에서 매일 아침 7시 반, 낡은 오피스 책상 왼쪽 모서리에 묻은 커피 자국을 지우고 먼지를 훔치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출근해서 앉는 자리’였겠지만, 저에겐 그 몇 평의 공간이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훈련소였거든요.

내 자리는 내가 고른 겁니다. 이케아에서 산 5만 원짜리 회전의자, 직접 깎아 만든 몽당연필, 그리고 어제 먹다 남은 식은 티카 마살라 커리 향이 배어있는 이 공간 말이죠. 이건 제 선택이고, 제 고집입니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 자리는 원래, 제 이전부터 거기 있었다는 걸요. 마치 건물 설계도에 처음부터 그려져 있던 창문처럼요. 제가 의자를 놓기 전부터, 오후 3시의 햇살은 정확히 그 각도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묻곤 하죠.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이건 비단 직장인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떠밀려 온 오늘을 어떻게 나의 축제로 만들 것인가’라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갈증이죠.


답은 의외로 싱겁습니다. 내 의지(내 자리)와 운명의 부름(제 자리)이 겹치는 순간을 그냥 즐기는 겁니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묵묵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오늘 새벽에도, 침대 옆 낡은 책상 앞에 서서 생각했습니다. <어제 내 자리를 잘 지켰으니, 오늘은 제 자리가 나를 반겨주겠지>라고요.


땅을 딛고 서 있는 당신의 발은 고달프지만, 당신의 머리 위에는 이미 별이 정해준 궤도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 두 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라는 배역을 연기하는 진짜 배우가 됩니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앉은 의자가 차갑게 느껴질 때, 사실은 등 뒤의 창문이 당신을 안아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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