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의 수수께끼
'봄이 오면 올려야지' 하고 작년 봄에 썼던 글을 꼭 끌어안고, 겨울부터 기다렸는데... 봄이 참 빠르다. 아차 하면 1년 더 기다릴 뻔했네. 내가 막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던 때 써봤던 동화. 그때 여럿이서 모여서 글을 쓰곤 했는데 그날의 주제는 "봄"이었요. 그래서 다들 봄을 주제로 아주 따뜻하고 멋진 글을 썼어요. 장르는 동화였습니다! 아직도 평생 봄을 만나보지 못한 눈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각설하고 작년 봄에 쓰고서 홱 등져버린 미안한 나의 글. 이제 브런치에서 모르는 사람도 만나고 다른 사람 마음에도 여행하고 그래라 좀!
만물상은 세상에서 없는 거 말고는 다 있는 신기한 곳이에요!
톰 아저씨는 20년째 찾아오는 많은 손님들에게 항상 알맞은 것을 찾아 주시죠!
오늘의 첫 손님이 가게에 찾아왔네요!
“아저씨, 아저씨!! 톰 아저씨!!”
“허허, 귀여운 꼬마 신사분은 무엇을 찾으려고 오셨을까요?!”
멋진 아동용 정장을 입고 있는 귀여운 소년이네요!
“톰 아저씨! 저기 자고 있는 러키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을 주세요!”
“럭키”는 톰 아저씨 가게에서 키우는 몸집이 큰 강아지 이름이에요.
“가게는 안 지키고 낮잠 자고 있는 저 럭키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물건 말이지?!”
“네! 따뜻하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그거요! 찾아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 물론이지! 20년 동안 우리 만물상에서 찾아주지 못한 물건은 없단다!”
톰 아저씨가 소년이 찾는 물건을 찾으러 가게 뒤편으로 들어갔네요.
“자! 여기 있다!! 이거, 이거라면, 네가 찾는 물건으로 손색없겠지?!”
“아니요!! 톰 아저씨, 이건 “곰”이라구요! 10살인 제가 봐도 알겠네요!”
“아, 이 곰인형을 찾는 게 아녔구나, 하하, 네가 찾는 것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겠니?!”
“좋아요! 잘 들어보세요! 제가 원하는 건 생각하지 못하는 순간 왔다가, 생각하지 못하는 순간 다시 가는 거예요!”
“아아!! 아무도 모르게 말이지?! 그거라면 알맞은 게 여기 있지!”
이번에는 톰 아저씨께서 소년이 원하는 걸 잘 찾아올 수 있을까요?!
“자자!! 어때?! 내가 찾아온 물건이 네가 찾는 그거 맞니?!”
“아! 톰 아저씨! 이번에도 틀렸어요! 이건 도둑”놈”인형이네요! 완전 틀렸어요!”
“이번에도 틀렸단 말이야?!! 내게 조금 더 힌트를 줄 수 있겠니?”
톰 아저씨는 어떻게 이 일을 20년 동안 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요, 더 이상의 힌트는 없어요. 여기 오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흠,, 혹시 이건 네가 찾는 게 아니니? 이 “솜”을 보렴, 따뜻하고 부드럽고,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지만,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모습이 네가 찾는 그것 같은데?”
“톰 아저씨, 생각해 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이만 갈게요 아무리 톰 아저씨 만물상이라고 해도 안 되는 문제도 있네요.”
“아아, 네가 뭘 찾는지 이제야 알겠구나! 녀석, 아무리 심심해도 아저씨를 상대로 장난 치면 못쓰지!”
“무슨 말씀 이세요?! 장난이라뇨? 그나저나, 제가 찾는 게 무엇인지 이제 아시겠어요?!”
“그럼! 물론이지 이제야 알겠구나! 네가 찾는 건 물건이 아니 란다. 이 만물상 가게 밖을 나가면 마주 할 수 있는 것이지. 네가 찾고 있는 건 바로 “봄”아니니?!
“우리 집 럭키처럼 따뜻하고 포근하면서, 도둑처럼 언제 왔는지 모르게 슬며시 다녀가지, 네가 찾는 봄은 우리 집에서 따로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란다. 자자 이 먼지 구덩이 만물상에 있지 말고, 나가서 봄을 느끼렴! 봄은 도둑처럼 왔다가 사라져 버리니까!”
“역시 톰 아저씨네요! 정말 대단하세요!”
“그렇지?! 내가 매일 여기 멍하게 앉아있는 것처럼 보여도 10살짜리가 걸어오는 장난에 당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다고! 크흠흠!!”
“완전 다시 보이네요! 톰 아저씨! 이러지 말고 같이 공원에 가서 놀아요! 밖은 이미 봄이 가득하다고요!”
“밖에? 나랑 같이 산책이라도 하자는 말이야?!”
“아저씨와 럭키 그리고 저 이렇게 3명 다 같이 공원으로 산책가요!”
하하 어느새 럭키는 목줄을 물고 꼬리를 흔들고 있네요!
“럭키 너도 공원에 가고 싶은 거야? 그래 산책을 같이 안 간지도 벌써 오래되었구나.”
“왈 왈”
“그래 좋아 럭키랑 먼저 가있으렴 가게 정리하고 바로 따라가마!”
“럭키랑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왈 왈”
“그렇게 하겠니? 그럼 잠시만 기다리렴.”
톰 아저씨는 가게를 정리하고 가게 앞에 소년과 럭키가 있네요.
“럭키야, 사실 내가 찾고 있던 건 봄이 아니야”
“왈 왈”
“나는 저기 길 건너 소망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어 내가 4살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를 키우던 고모님이 저기 소망 보육원에 나를 버리고 가셨거든”
“왈 왈”
“톰 아저씨도 2년 전 사고로 아내분과 딸아이가 하늘나라로 간걸 나도 알고 있어”
“왈 왈”
“톰 아저씨 만물상 앞을 오가면서 자주 봤거든,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다가도, 손님이 오시면 항상 웃으며 그들을 도와주시는 모습을”
“왈 왈”
“그래 자기 밥은 못 챙겨도, 너 밥은 항상 챙겨 주시는 모습도 봤어.”
“왈 왈”
“아직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사실 내가 오늘 찾아 달라고 말하려던 것은 봄이 아니라 더 대단한 거야”
“왈 왈???”
“바로 오늘 톰 아저씨에게 나를 입양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어, 내가 진짜 찾는 건 봄이 아니라 “홈”이니까”
“왈 왈”
“근데 바로 말이 나오지는 않네, 연습이 부족했나 보다, 거울을 보면서 많이 연습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에 다시 도전해야겠다!”
“왈 왈”
“자자!! 가자~ 불도 다 껐고! 가게 문도 잠겄으니까!! 오랜만에 산책이라 아주 신나 보이는 구나 럭키!”
“왈 왈”
“그래 그건 그렇고 너는 이름이 뭐니?”
“저는 제이미예요, 제이미라고 불러주세요. 톰 아저씨”
“그래 제이미! 나를 먼지 구덩이에서 꺼내 줘서 고맙구나, 이 시간에 산책하는 건 아마 2년 만일 거다.”
“저도 고마워요”
“왈 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