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 22.04.09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작성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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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청소를 하고 내가 지고 있던 부담감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빨래 건조대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벗어두고 바로 빨래 건조대에 올리는 거 못 참지…
오랜만에 밥을 지어서 냉동 간고등어와 함께 먹었다. 해동 시간 없이 바로 약불에 천천히 구웠는데 염려와 달리 아주 맛있었다. 밥을 2 공기나 먹었고, 중간에 고추장아찌를 함께해 느끼함을 덜었다.
효창공원으로 가는 길 벚꽃 나무를 잠깐 바라보고 청파 책가도에서 커피를 샀다.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는데 더치였는지 드립이었는지 헷갈린다. 천천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방법이었고,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커피를 내리는 사장님께 무어라 말을 걸어 볼까 하다가 몇 번이고 되삼켰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천천히 정성껏 내린 커피를 조그마한 잔에 따라 마셔 보시고는 물을 조금 넣으셨다. 커피도 간을 보는구나! 산뜻한 산미가 기분 좋은 맛있는 커피였다.
효창공원 가는 길 할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떠신다. 언제나 만나는 사람들일 텐데 어쩜 그리 할 말이 많을까? 오래오래 떠들어 주시길! 취업 전에는 한참 공사를 하던 곳에 늠름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시간은 부지런히 흐른다지만, 이런 변화는 언제나 갑작스럽다.
봄이 찾아온 것도 비슷하다. “봄이다.”, “봄이 왔다.” 앵무새처럼 말하는 스토리가 쏟아지지만 어느새 여름이 오면 더워 죽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낙엽과 함께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도 나타날 것이다. 또 더워 죽겠다던 사람들은 이제는 추워 죽겠다고 넋두리를 늘어놓겠지. 모든 게 갑작스럽다고 여겨질 것이다.
“여름은 천천히 맞을 테야.” 다짐한다. 찾아온 봄을 완연히 누리며 나를 빈틈없이 봄으로 채운 뒤 여름을 맞이 하겠다고. 얼렁뚱땅 다 채우지도 못한 채 넘어가지 않겠다고. 모래 위에 쓴다!
효창공원은 여러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계절별로 다른 매력을 뽐내는 자연도 분명 아름답겠지만, 그 속을 혈액처럼 누비는 사람이라는 것들도 아주 매력적이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모여 초등학교 때 누구랑 같은 반인지 이야기하는 것부터 아령을 들어 올리는 할아버지, 턱걸이를 하는 젊으니, 산책하는 강아지, 누나를 이길 수 있겠냐고 으름장을 놓는 꼬마 아가씨, 시원한 바람에 날리는 농구하는 소년들의 뜨거운 땀방울까지… 아름답다.
몽소의 무화과 깜빠뉴를 좋아한다. 처음 먹은 날이 여전히 생각나고 오늘 먹은 것의 맛도 그날과 다르지 않다. 오늘은 소금 빵도 함께 샀다. 처음 먹은 소금 빵이기 때문에 맛이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지만 언젠가 두 번째 소금 빵을 입에 넣을 날을 기대하며 천천히 음미했다. 기억할 수 있도록.
짧지만 독후감을 작성했고, 오늘을 기억할 영상을 편집했다. 그리고 그 영상과 함께 올릴 글을 작성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행복이 더해지는 하루였다.
효창공원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존재의 목적이 없을 것이다. 상호보완적인 관계 안에서 서로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공원과 사람 아닐까?
나의 정원에는 어떤 사람들이 거닐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