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고 싶어 닿고 싶어 하늘에 닿고 싶어
아마도 처음은 너무나 어두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땅에 박힌 기억은 씨앗이 품고 있기에 거추장스럽기에
캄캄한 곳에서 빛만 기다렸지.
어느 날 빛이 한 줌 흙을 비집고 들어오고
그제야 두려움과 본능이 안내하는 대로 팔을 쭈욱 뻗어 밝은 공기를 처음 마셨다.
비처럼 내리는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하늘로 향했다.
빛처럼 내리는 비를 뿌리로 훔치며 하늘로 향했다.
누군지 모를 다양한 죽음마저 나의 양분이 되니
고마운 마음에 더욱더 힘을 내어 하늘로 향했다.
어느덧 땅보다 하늘이 가깝다고 느꼈을 무렵에도
사실 하늘은 멀고 멀었다.
매일 바뀌는 하늘의 색이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그래도 달이 있어 길을 잃지 않았다.
두껍고 커다란 잎아래 두려움만큼 짙은 그림자는 남의 이야기처럼 멀었다.
수백 년 동안 하늘로 달려왔지만
위태로울 만큼 나의 높이는 웅장했지만 그래도 하늘은 멀고 멀었고
태양과 달이 매일매일 유혹해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나의 모든 후회와 반성은 어느덧 까만 씨앗이 되어 과육으로 덮였다.
마침내 하늘에 닿았다 소리치는 순간 나는 땅에 누워있었다.
회환 가득한 열매도 머리맡 흙구덩이에 박혀 있었다.
씨앗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지만
이미 나의 몸은 분해가 시작되고 흙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의 여행이 두루두루 많은 이들을 이롭게 했으나
나는 후회만 가득하고 하늘이 태양이 달이 서운하다.
수백 년의 시행착오를 겪을 나의 씨앗에게 미안한 마음이 그득하다.
맨 처음 두려웠던 그 흙 또한 나의 어머니였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지막 눈물이 땅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