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목욕시키는 일

by 뭉클


내가 아빠 목욕을 시키려고 들어 갈 때면 동생은 화장실 문 밖에서 성경을 펼쳐 읽으며 기도를 했다.

혼자 목욕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샴푸, 비누의 사용법을 잊어버린 때부터였다.

그리고 점차 사람이 씻어야 하는 이유를 잊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아빠의 목욕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기를 하나님께 기도하게 되었다.

왜 속옷을 벗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목욕을 시킬 때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정신은 갈 곳을 잃었으나 아빠의 육체는 건강했다.


오늘도 목욕을 시키면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뤘다.

목욕 도중에 아빠가 휘두른 주먹에 날아간 내 안경은 바닥에 나뒹굴며 한쪽 알이 빠졌다.


눈시울에서 가슴팍까지 생채기로 뻘개진 나는 문을 닫고 방에 들어왔다. 서러운 마음들이 정돈되지 못하고 눈물로 쏟아져 나왔다.

이런 날은 정말 꼴도 보기 싫다. ‘더는 못버티겠어’, ‘아니야 그래도 해냈잖아, 해내고 있잖아.’ 내 안에서 두 목소리가 번갈아 소리를 높인다.


거실에 혼자 불안해하며 앉아있는 아빠를 한참을 모른채 하고 있다가 거실로 나갔다. 날 보고 “너 언제 왔어?”한다. 아빠는 오늘, 날 처음으로 본 것이다.

천연덕스럽게 또. 그저 다 잊었다. 아빠에게는 순간순간의 내가 있을 뿐이다. 마음과 생각은 무엇도 담아내질 못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초가 만들어내는 너울지는 그림자처럼 나부댄다.


아빠는 금새 다 잊었는데. 나는 치매가 빚어내고 있는 어그러진 아빠의 허상을 내 마음에 콱 틀어쥐고서 아빠를 미워하고 있는 것 같다.


아빠를 향한 미움과 아픈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자책이 잔뜩 뒤섞인다.

아픈 아빠를 미워하면 안된다.


미워하게 만드는 장면들은 내 머릿속에 고이지 않고, 다 흘러가버렸으면 좋겠다.


- 2021년 9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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