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아빠의 일기

by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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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3.(목)


치매센타에 나이드신 누이와 함께 갔다.

건전한 생각으로(마음) 가벼운 운동, 정신 테스트 반복하고 고마우신 누이와 아침 겸 점심 겸(한 끼) 함께하고 집으로 왔다.


우리 막내, 둘째, 첫째 나의 사랑하는 딸들.

이 못난 아버지를 생각해주고 인정해준 내 딸들.

언제나 여유 있는 삶. 희망 넘치는 삶을 영위하다 내 인생을 마감하게 될까?

첫째도 결혼해야 하고 둘째, 막내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못난 아빠가 도움을 주기는커녕 우리 딸들을 괴롭히고 있으니 생각할수록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


건전한 삶이란 무엇일까? 못 배운 내 자신.

원망스럽고 안타깝고 추억 어린 양도암에서 살아온 젊고 어린 생활.

불쌍하신 우리 어머님. 우리 아버님께 효도 한번도 못해드린 못난 내자신.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내 사랑하는 세딸~~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지만, 조금도 도움은커녕 괴롭히고 있는 아빠가 되고 있으니 미안하고 다만 내 사랑하는 세딸들에게 행운이 가득해지길 : 빌고 바라고 바란다.

내가 너희들에게 뭘해야 할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 질병 걸리지 않고 덜 괴롭히고 살다 내 인생을 마감하는게 희망이라고 생각해야지.

세 딸들이 아름다운 가정을 갖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아빠는 빌겠다.








사랑하는 아빠.

아빠가 이전에 쓴 일기를 보고 나도, 막내도 눈물이 났어.

아빠가 우리한테 미안해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그리고 우리가 행복하길, 빌고 바라고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이 일기가 쓰인 지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

이젠 아빠가 내 편지를 봐도 이해를 못 하겠지만, 그래도 아빠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은 느끼고 있겠지?

나도 그래.

생각하기 힘들고 기억을 하기가 어려운 중에도, 온종일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가끔 뜬금없이 내뱉는 "미안하다."라는 말이 아빠의 진심이라는 것 잘 알고 있어.

나랑 막내가 함께 웃을 때 우리의 웃음을 보고, 따라 웃는 아빠를 보면 지금도 우리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 아빠의 마음도 다 보여.

아빠의 가슴은 우릴 기억하고 우릴 사랑하고, 미안해하고 있잖아.

미안해하지 마. 아빠가 없었다면 우린 살 수가 없었으니깐.

우릴 키워줘서 고마워. 그러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다들 그러는 거야. 아빠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다 키우고 나면 아프기도 하고 그때는 자녀들의 도움이 필요한 거야.

아빠, 담주 월요일에는 같이 바깥으로 나들이 가자. 가을이 와서 날이 쌀쌀한데 햇볕은 아주 좋아. 옷 따숩게 입고 같이 손 잡고 걷자.

아까 낮에 치킨을 맛있게 먹는 아빠가 참 보기 좋았어. 귀여운 아빠. 내가 종종 더 맛있는 특별식을 사서 아빠네 집에 갈게.



2022.9.24 둘째가.







*아빠 일기속 이름은 가려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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