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이다.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지금까지 현장 출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건 사고를 경험했지만, 난 아직도 그날의 그 화재 현장은 여전히 잊히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날의 그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2017년 12월의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화재 출동 벨이 울렸다. 현장으로 출동 중 소방차 안에 들리는 무전 소리는 다른 어느 날보다도 급박했다.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원룸 1층에 주차되어있던 차량 여러 대가 전소 중이었고 차량에서 발생하는 화염과 유독가스는 원룸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화재 발생 원룸 4층에는 한 남성이 연기를 피해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그를 구조하려는 순간 그 남성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지켜봐야 했다. 출동한 구급 대원들이 바닥에 떨어진 그를 응급처치 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였고 우리는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한 결과 추가 인명피해 없이 현장을 마무리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떨어진 그 남성은 안타깝게도 사망했다고 한다.
난 다양한 사망 현장에 출동한 경험이 있지만, 사망의 과정을 직접 지켜본 적은 없었다. 우리는 보통 사고 현장에 도착하게 되면 사망해 있는 사람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날은 사망의 과정을 목격했고 그것은 이전과는 다른 힘듦으로 다가왔다. 내가 좀 더 신속하게 출동을 했다면.. 내가 좀 더 판단을 잘했다면.. 그 사람은 살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나를 괴롭혔고 죄책감, 미안함과 같은 감정이 반복됐다. 그날 이후 난 그 남성이 떨어지는 장면이 잊히지 않고 있으며 아무 때나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P.S. 난 이 사건 이후 위와 같은 일로 나와 같이 힘들어 하고 있거나 힘들어 할 동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같은 어려움을 경험한 소방 동료가 상담을 전문적으로 배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주고 싶었고 이를 위해 심리상담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원 진학을 통해 난 소방공무원들이 경험할 수 있는 PTSD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으며, 또한 힘들어 하는 동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해하여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