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어떤 일은 그 순간엔 축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반대로, 그때는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감사하게 되는 일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몇 해 전,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골절과 수술, 그리고 긴 입원 생활. 그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 중 하나였다. 일도 멈춰야 했고, 운동은커녕 제대로 걷는 것조차 어려웠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원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고 이후 나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이 아프니 건강의 소중함을 절감했고, 매일 반복되던 일상이 지루한 게 아니라,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당연한 것’은 사실 ‘기적 같은 것’이었다는 걸, 나는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사고는 나를 멈춰 세웠고, 멈춘 자리에서 나는 내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고, 조급했던 마음은 조금 느긋해졌다.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수 또한 내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불행한 사고였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종종 ‘지금’의 감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일이 잘 풀리면 ‘좋은 일’,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쁜 일’이라 이름 붙인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눈앞의 기쁨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고, 지금의 고통이 내 인생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어떤 일이든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려 한다. 너무 들뜨지도, 너무 낙심하지도 않으려 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의미는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보인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결국 시간이 알려준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그 이유를 알게 되는 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