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 올게”라는 말이 남긴 것

by 은서아빠

아침이면 집 안은 늘 분주하다. 각자 출근과 등교 준비로 정신없는 와중에 딸은 현관 앞에서 잠깐 멈춰 서서 웃으며 “학교 갔다 올게”라고 말한다. 매일 반복되는 말이라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지만, 문이 닫히고 나니 그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갔다 올게”라는 말이 끝내 지켜지지 못한 약속으로 남는다. 늘 하던 인사가 어느 날 갑자기 마지막 인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평범한 말에는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다시 얼굴을 보게 되리라는 믿음이 함께 담겨 있다.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인사를 건너뛰기 쉬운 하루를 산다. 아침에는 서둘러 나가고, 저녁에는 지친 얼굴로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잠깐 멈춰 눈을 보고 건네는 짧은 인사 하나가 그날의 온도를 바꾼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는 말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가 아니다. 사고 없이 집을 나서고, 길을 건너고, 일터와 학교를 다녀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순간을 무사히 건너온 것이다. 그래서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맙게 여겨야 할 하루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가, 큰 일 없이 다시 돌아오는 하루, 무사히 다녀와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하루는 이미 충분하다.


별일 없던 하루, 별일 없던 한 해는 그냥 흘려보낸 시간이 아니다. 조용히 쌓여 온, 소중하고 고마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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