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천 풀다발

풀들이 들려주는 삶

by garim
<글. 그림/ 전소영>



앙상한 가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것들이
첫서리를 맞이해
반짝이는 구슬처럼 빛이 났다.

우리도 언젠가는
그런 날 오겠지.
그런 날 부디
반짝이기를.





위태롭게 매달려 있을 삶에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첫서리를 맞으며 구슬처럼 빛이 났다.

우리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나에게도 빛이 날만한 가치가 있는가??





세상엔 이유 없이 일어 나는 일은 없었다.
꽃이 피고 지는 일에도,
작은 열매의 생김새에도 이유가 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 있어 태어난 나는

무엇을 위해

위태위태한 지금의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가?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나의 생김새에 ,

살아가는 이유에,

질문을 던진다.


'연남천 풀다발'


풀들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도

내가 나를 바라보며

흔들리는 나만 바라보는 사이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사이

삐죽이 고개를 드는 봄을 향해

뽐내려고 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으며

좁고 오염된 땅에 깊이 뿌리를 내려

어떠한 것에도 투정 없이

때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뾰족하고 둥글고

둥근 풀은 뾰족한 풀이 되려

애쓰지 않으며,

한 여름 비가 쏟아지길

바라며

무성하게 자랄

그때를 기다린다.


바람에 흔들흔들

화려하지 않은

그대로 그 모습으로

매년 찾아오는 계절에도

최선을 다한다.


때를 기다려 보자.

흔들리는 바람에 고개를 숙여

몸을 맡기고

벼랑 끝이어도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찾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뿌리를 내려

화려하지 않은 꽃일지라도

누군가는 나의 꽃을 바라보며

가장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그때를 기다려 보자.

당신이 태어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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