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말
어느 날 아침, 등원하자마자 한 아이가 가방 속에서 곱게 접은 종이를 꺼내 들고 내게 다가왔다.
작은 손으로 종이를 건네며 “선생님, 선물이에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눈가에는 반짝이는 웃음이 머물러 있었다. 혹시라도 누가 들여다볼까 걱정했는지, 테이프를 여러 겹 붙여 철저히 봉인한 종이를 살며시 열어 보니 핑크색 하트 모양과 함께 ‘사랑해요’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그 글자를 보는 순간, 내 입가에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맴돌았다.
아침부터 아이의 ‘사랑해요’라는 메시지를 마주하면, 오늘도 버텨야 한다는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굳게 얼어 있던 내 마음도 그 한마디에 천천히 녹아내린다. 아이를 안아 주며“선생님도 사랑해.” 하고 하트를 날리면, 아이 역시 웃으며 하트를 되돌려 보낸다. 그렇게 우리의 하루는 사랑으로 시작된다.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동요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노래다.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좋은 말인지는, 어쩌면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표현하는 감정의 단어는 ‘사랑해’다. 그리고 가장 먼저 완성해 보고 싶은 문장은 언제나 “엄마 아빠 사랑해요.”다.
아직 글을 쓰지 못하는 아이들은 종이를 들고 와 말한다.
“선생님, 여기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써 주세요.”
글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아이들이 가장 먼저 쓰고 싶어 하는 문장이 바로 그 말이다. 아이들은 교사가 써 준 글씨를 한 자 한 자 따라 쓰며 ‘사랑해요’라는 단어를 완성해 간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이며, 가장 먼저 꺼내고 싶은 마음의 언어다.
아이들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어렸을 적에는 저렇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아무 망설임 없이 적어 내려갔을까. 자라오면서 점점 사라져 간 사랑이라는 마음의 단어. 지금은 아이들 앞에서 ‘사랑해’라는 말을 주저하지 않고 사용하지만, 교실 밖 세상으로 나오면 그 쉬운 단어조차 쉽게 꺼내기 어렵다.
작가 고도원님은 사랑을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입술에 담긴 가장 아름다운 말입니다. 한 번이라도 더 말하면 그만큼 삶도 더 아름다워집니다. 인생도 바뀌고 운명도 바뀌어, 나도 행복해지고 덩달아 옆사람도 함께 행복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웃음이 더 환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그 웃음 속에 ‘사랑해’라는 말이 늘 함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다. 교실 곳곳은 사랑이라는 말로 채워지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아이들이 먼저 건네는 “사랑해요.” 라는 말에, 나는 오늘도 사랑으로 마음을 채우며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