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먹은 벙어리 시절
24년 2월, 도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타카 타카 타카-
거실에서 낯선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창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바람소리라고 하기엔 타격감이 있었다. 쥐가 있는 건가? 깔끔한 최신 건물을 의심하기도 했다. 한 번 귀에 꽂힌 소리는 제 존재를 점점 키웠다.
타카 타카 타카-
온 가족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자며 다 같이 거실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했다. 다 같이 소리를 쫓으며 찾은 소리의 근원지는 거실 바닥이었다. 거실 바닥 곳곳에서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곳마다 바닥에 온기가 만져지는, 따뜻한 곳이었다. 그렇다, 소음의 원인은 거실의 유카단보였다.
유카단보는 우리나라처럼 바닥에 설치된 난방시설을 말한다. 일본 집은 대게 난방 시설이 없는데 최근에 지어진 건물에는 더러 거실에 한정적으로 보일러, 유카단보가 있다. 우리 집 역시 거실에만 유카단보가 있다. 각방은 난방 시설이랄 게 없어서 침대마다 온수매트를 두었다. 처음 도쿄에 막 왔을 때, 아침마다 침대 밑으로 발을 디딜 때마다 그 차가움에 놀라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이젠 익숙해져서 바닥을 딛기 전에 두꺼운 양말을 꼭 신는다. 한국의 겨울보다 비교적 기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겨울이 추운 이유는, 집이 추워서이다. 에어컨에 있는 히터 기능을 사용하는 집도 많다. 하지만 히터를 틀면 공기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우리 집은 사용하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우리는 거실의 소음을 점점 크게 인지하게 되었다. 텔레비전을 볼 때도 소음 때문에 불편했고 밥을 먹을 때고 거슬리기 시작했다. 해결 방법이 있을까 하고 신랑이 멘션에 문의를 하자, 방문을 하겠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곧 관계자들이 방문하겠다는 날을 알려주었는데 공교롭게도 집에 나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신랑은 자신이 전화로 전달사항은 미리 전해둘 테니 문만 열어주면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바짝 긴장해 침을 꼴깍 삼키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고된 방문 점검의 날. 벨소리에 현관문을 열자 네 명의 관계자가 서 있었다. 두 명은 작업복 복장이었고 두 명은 정장 차림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현관문을 붙잡고 서서 마주 인사를 주고받았다. 내가 뒤로 물러나며 손짓으로 들어오시라 하자, 정장 차림의 관계자 두 분이 서류가방에서 슬리퍼를 꺼내 신었다. 작업복장의 두 분도 작업 가방에서 슬리퍼를 꺼내 신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번 비좁은 현관에서 인사를 주고받았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거실로 향했다. 네 분도 나를 따라 움직였다. 거실에 들어서자 네 분은 마주 서서 짧은 회의를 했다. 그리곤 내게 점검을 시작하겠다는 안내를 하시곤 다 같이 소리를 찾아 움직였다. 작업복을 입은 두 분의 중년 남성은 바닥에 누워 귀를 거실 바닥에 댔다. 정장 차림의 (비교적) 젊은 분들은 무릎을 꿇고 앉아 허리를 숙여 거실 바닥 가까이 귀를 댔다. 나는 어찌할 줄 몰라 주방 벽에 몸을 기대고 서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소리가 안 나면 어쩌지, 괜한 걱정을 하는데 거실 바닥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키타(왔다)!, 키타(왔다)!”
작업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나지막이 외치자, 나머지 세 명의 남성 모두 바닥에 귀를 댔다. 그렇게 한참, 네 명의 관계자들은 진지한 얼굴로 우리 집 거실 바닥을 기어 다녔다. 작업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 두 명은 거실 바닥에 붙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누워서 소리를 쫓아다녔다. 거실 바닥을 마치 점령하려는 듯, 네 명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웃음이 나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거실 끝에 홀로 서 있었다.
곧 소리가 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동의한 네 명의 관계자는, 일어서서 다시 한번 그 사실을 공유하더니 내게로 왔다. 나는 어느덧 네 명의 관계자에게 둘러싸였다.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티키 티키 티키?”
그는 두 손을 피아노 연주하듯 혹은 바닥을 누르는 듯 움직였다. 그 진지함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하이, 타카 타카 타카-”
말끝에 웃음이 묻어 제대로 끝맺지 못했는데 네 명의 관계자들이 웃음기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다른 분이 거실 바닥을 가리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토독 토독 토독?”
그 소리를 쫓으며 맞장구를 치려는 찰나, 다른 분도 입을 열었다.
"끼끼 끼끼 끼끼?"
그에 상응하고 싶어 나 역시 한 번 더 맞장구를 쳤다.
“하이, 타카 타카 타카-”
원시 부족이 처음 만나 서로의 언어를 교환하듯 우리는 두어 번 서로가 들은 거실 바닥의 소음을 확인했다. 네 명의 관계자는 내가 내는 소리에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또다시 무언가를 의논했다. 나는 웃음 터져 나오려는 것을, 입술을 앙 물고 참았다. 누구도 웃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싶으려는 때, 관계자 네 분이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런 일로 불편을 들여 죄송하다는 의미였다. 나는 뒤로 한 발 물러나며 맞인사를 했다. 곧이어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분이 번역기로 보일러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동의하자 안방을 지나 있는 베란다로 나가도 되겠느냐고 다시 한번 물었다. 나는 또 한 번 동의를 했다. 네 명의 관계자가 일렬로 서더니 내 뒤로 섰다. 나는 마치 선생님이 된 양 네 명을 이끌고 안방을 지나 베란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작업복을 입은 두 분은 현관에 둔 자신들의 신방을 얼른 들고 와 베란다로 나갔다. 보일러를 확인하는 사이,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은 안방 베란다 문 앞에 서 있다가 그 앞에 놓인 스타일러를 보곤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뒤에 선 나를 향해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들여 보였다. 나는 다시 한번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써야 했다. 입술에 힘을 꽉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점검은 끝났고 며칠 뒤 점검 결과가 날아왔다.
소음의 원인은 보일러 물이 지나가는 관에서 나는 소리인데 그것을 고치려면 바닥을 다 드러내는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 뻔한 결과를 받았을 때, 비로소 나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
하여, 우리는 겨울마다 거실에서 따뜻함과 함께 토독토독 튀는 소리를 듣는다. 보일러 관을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물의 소리를. 그 소리가 귀를 쫓아와 타카 타카 때릴 때마다 나는 거실 바닥을 기어 다니던 네 분의 관계자들이 떠올라, 더 이상 그 소리가 불편하지 않다. 웃음이 한없이 새어 나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