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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매거진 Oct 12. 2018

바위의 질감이 고스란히 담긴 웰니스 호텔

디자인스튜디오 김종호 건축가의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바위에서 쉬어 갔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정선 ‘숙암리(宿岩里)’에는 
지명의 뜻이 고스란히 담긴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거치는 맑은 오대천과 천혜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득한 가리왕산은 안락한 풍광을 자아내는데, 리조트 공간과 곳곳에 배치된 예술 작품, 요가와 명상 같은 운영 프로그램은 주변의 풍광과 함께 ‘바위’와 ‘휴식’이라는 주제 아래에 하나로 어우러진다.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인스튜디오의 건축가 김종호는 여러 석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해 정선의 자연을 녹여내면서도 편안하게 휴식하는 리조트를 완성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웰니스(wellness) 호텔


리조트에서는 명상, 요가, 트래킹 등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한다.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국내의 호텔은 대부분
주변 여행지를 관광한 후에
잠을 자거나 밥을 먹는
숙박의 개념이다.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2017)는 조금 다르다. 명상, 요가, 트래킹 등 리조트에서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심신을 가다듬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활기보다는 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투숙객들은 2박 3일 정도 자연 속에서 머무르며 준비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도시에서 지친 삶을 재충전한다.


리조트 내에 자리한 명상 공간.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예술가와 함께 고민하고 완성한 공간


로비 벽면에는 정선의 자작나무를 형상화한 리차드 우즈의 작품이 함께 녹아 있다.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를 계획할 당시 김종호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영국의 현대미술 작가인 리차드 우즈(Richard Woods)는 이곳에 전시될 예술 작품을 만드는 역할로 참여했다. 여느 공간과의 차이점은 작품을 벽에 걸거나 바닥에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로비나 옥상의 벽면, 야외 스파의 타일 등에 마감재로 사용해 공간과의 관계가 더 밀접하다는 점이다. 


그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개념을 작가와 함께 고민하여 가리왕산의 산세와 바위, 물 등 자연이 만들어내는 장면을 그대로 담는다는 목표를 정했다. 로비 벽면에 정선의 자작나무를 형상화한 그의 작업은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거친 결과다. 김종호 대표는 ‘그는 작품으로, 우리는 공간으로 방식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고 말한다.




장소의 목적성에 맞는 재료 선정


특히 호텔은
장소의 목적성에 맞는
재료와 디자인이 중요하다.

자연스러운 재료와 편안한 분위기로 꾸민 가리왕라운지.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그는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주는 재료를 선택했다. 매끈한 유리나 금속처럼 자연과 상반되지 않고, 주변과 어우러지는 재료가 이곳의 목적에 맞다는 판단이었다. 자연재인 석재와 목재를 주로 쓰고, 금속은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재료 분리대나 창호 등 필요한 부분에 최소한으로 썼다. 또한 석재는 표면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색감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곳에 사용한 석재는 거울처럼 반짝이게 연마하는 대신 질감이 느껴지도록 거칠게 마감했다.



Q. 로비에 들어설 때부터 바닥과 벽의 어두운 석재와 천장의 목재가 어우러지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공간의 재료를 통일하면
전달하는 메시지도
강해진다.


로비 천장의 일부는 정선을 대표하는 자연 요소인 삼베가 직조된 모습에 착안하여 목재를 격자 패턴으로 시공해 입체감을 살렸다.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김종호(김):

로비를 비롯한 공용 공간의 벽과 바닥은 전부 화강암(GJ-GREY)이다. 어두운 회색의 화강암은 정적인 분위기를 내는 든든한 바탕이 되어 패브릭, 금속 등 다양한 재료와 색상의 가구들이 산만하지 않고 잘 어우러지도록 잡아준다. 

 

기능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겨울에는 근처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부츠를 신기 때문에 바닥재의 강도 확보가 필수다. 화강암 중에서도 밀도가 높은 제품을 골랐고, 표면은 불꽃으로 벗겨내고 브러시로 한 번 더 갈아내어 질감을 살렸다. 



Q. 리셉션에 자연석을 그대로 쌓아 만든 벽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투숙객을 처음 맞이하는 곳에서
정선을 상징적으로 드러냈으면 했다.

김:

현장을 답사할 당시 토목 공사를 하면서 나온 원석을 보고, 그 돌을 쌓아 정선의 감성을 표현했다. 사람이 직접 쌓아야 하고 한 번에 전체 높이만큼 쌓는 것이 불가능해 작은 면적이지만 2~3주를 작업했다. 




Q. 석재로 힘을 준 또 다른 공간에는 어떤 곳이 있나? 


사비석을 통으로 사용해 만든 아쿠아클럽의 '물의 터널'. ⓒ디자인스튜디오

김:

아쿠아클럽의 ‘물의 터널’은 400㎜ 두께의 사비석을 통으로 사용해 자연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구현했다. 나머지 수공간에는 밀도가 높은 마천석을 쓰고 이곳에는 돌이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나무 장작처럼 쪼개지는 성질을 지닌 사비석을 사용했다. 석재 표면을 쇠메로 쳐서 다듬는 혹두기로 마감했다. 원석을 통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두껍고 무거워 시공이 쉽지 않았다.




Q. 객실은 대부분 목재로 마감하고, ‘숙암’ 객실에는 석재를 함께 썼다.


파우더룸과 침실을
구분하는 파티션은
정선의 삼베를 모티브로 하여
석재를 조각조각 배치했다. 


김: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질감을 살리기 좋은 황석을 사용하고, 혼드와 잔다듬의 두 가지 방법으로 가공해 조각마다 색과 질감에 변화를 주었다. 혼드 방식은 매끈하지만 광이 나지 않고 어두우며, 잔다듬은 망치로 표면을 때려 거칠게 만드는 방법으로 때릴수록 색감이 밝아지고 질감이 강해진다. 




Q. 재료를 고를 때 디자이너가 고려해야 할 점은 뭔가?

특히 다중 이용시설은 석재를 고를 때, 전문가의 철저한 확인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
창의적인 표현도
중요하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김:

먼저 기능에 맞는 자재를 골라야 한다. 디자인은 그다음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도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우면 의미 없다. 자재가 기능을 만족하지 않으면 관리가 힘들고 사용자들이 불편해진다. 디자이너가 표현을 위해 물성을 고려하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흡수율이 높은 퇴적암을 물이 닿는 곳에 사용하면 대부분 곰팡이 같은 하자가 생긴다. 화강암이나 밀도가 높은 대리석은 물에 닿아도 되지만, 물성이 약하거나 밀도가 낮은 석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다중 이용시설은 석재를 고를 때, 전문가의 철저한 확인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또 하나는 용도다.
호텔과 주택의 화장실을
똑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

김: 

호텔 화장실은 화려한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더라도 매일 관리하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집에서는 매일 청소하고 세심하게 관리할 수 없다. 용도에 맞는 재료인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Q. 작업을 하면서 느낀 석재의 매력은?

 


석재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근본적으로
유지관리가 편하고
시간이 지나도
하자가 적어서다.

김:

유럽의 몇 백 년 된 건물처럼 때로는 공장에서 만든 패널보다도 오래가는 것이 석재다. 요즈음 출시되는 석재 무늬 타일은 직접 만져보지 않고는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물성이 강하고 유지관리가 쉬우면서 외관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석재는 시간이 지나며 변한다. 사람들은 가공된 느낌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원한다. 바로 그 느낌을 내는 것이 석재의 가장 큰 매력이다.




김종호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미국 유타주립대학교와 코넬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시간대학원에서 건축· 환경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디자인스튜디오 대표로 주요 작업은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서초동 KCC 사옥이 있다. 특히 인터콘티넨탈 호텔, 파크 하얏트 호텔 등 호스피탤러티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09년 미국 인테리어디자이너협회에서 발간한 『세계의 뛰어난 디자이너』에 소개된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로, 골든 스케일 디자인 어워드(2015), 일본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어워드(2016)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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