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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매거진 Oct 26. 2018

계단, 천장, 바닥, 테이블까지 철로 된 사무실

순수한 철을 그대로 드러내다: 원오원 아키텍츠 프로젝트 디렉터 최진석

원오원 아키텍츠(이하 원오원)는 디테일을 잘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개 프라이빗한 주택이나 공개하기 어려운 기업의 일을 많이 하지만, 몇몇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나 학고재 갤러리 등은 원오원의 작업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원오원의 최진석 프로젝트 디렉터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서 철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었다.


원오원에서 설계한 부암동 주택의 외관. ⓒ남궁선

구조재이면서 동시에 마감재가 되는 재료


원오원의 최진석 디렉터는 철재의 가장 큰 매력으로 구조 재료라는 점을 꼽았다. 건물의 내외부에 따라 구체적인 처리 방법은 다르지만, 철은 구조재이면서 동시에 마감재가 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그리고 건식 재료 중 가장 길게 만들 수 있다. 철재는 독특한 색감과 느낌으로 존재감이 강하지만, 얇고 가벼워 오히려 그 자체의 존재감을 숨기기도 좋다. 사용하면서 부식되고 변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느낌도 인상적이다. 


철은 설계만으로
끝나지 않고
 제작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완성된다.


그는 현장에서 협업하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시공 방법과 디테일을 적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대흥금속과 오랫동안 작업하면서 고품질의 마감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 




Q. 다양한 작업에 철재를 사용했다. 사용처마다 다른 특성이 있나?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2013)는 책장을 철재로 제작해 책이 도드라지게 했다. ⓒ남궁선

최진석: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고민한다. 일례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책장을 철재로 제작해 책이 도드라지게 했다. 철을 사용하면 얇게 만들 수 있고 빛이 반사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다. 


영등포 현대카드 사옥의 로비. ⓒ남궁선
마치 바둑판에 돌을 놓듯
콘텍스트에 반응하여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원오원은 내외부에 백색을 많이 사용한다. 공간을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철은 물성과 색이 강하기 때문에 존재감이 큰 재료다. 영등포 현대카드 사옥의 경우, 1층이 유리라 주변의 콘텍스트가 많이 보이는데, 로비에 거친 철재를 사용해서 주변과 조화되게 했다. 


회의실에 있는 테이블은 철로 앵글을 만들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굳혔다(왼쪽). 또한 바닥에도 철재를 깔아 공간을 구분했다(오른쪽). ⓒ원오원 아키텍츠
원오원 사무실의
4층 바닥에도
철을 사용했다. 

원래 바닥에 깔려 있던 화강암은 재료가 잘게 쪼개져 있어 패턴이 눈에 띈다. 그래서 공간보다 재료가 보인다. 하지만 바닥을 하나의 면으로 보이도록 시공하면 공간이 도드라진다. 유리나 목재도 마찬가지다. 유리를 크게 사용하면 투명성이 극대화된다. 그래서 재료의 크기를 최대한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철은 그 점에서 앞서는 재료다. 

철을 사용한다고 하면 관리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기름걸레로 닦아주기만 하면 돼 간편하다. 실내에 철을 쓸 때는 모두 원재료로 사용한다.



Q. 특히 철의 디테일이 눈에 띈다.


많은 사람들이
원오원의 디테일에 주목한다.
그러나 우리가 디테일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는
공간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다. 

최:

전체의 일부분으로 보고 디자인을 결정한다. 우리가 철재를 사용하며 고집하는 몇 가지가 있다. 원재료의 느낌을 살리는 것, 자체로 구조가 되는 것, 철을 합리적으로 결합하는 방법이다.



Q. 원오원의 또 다른 특징이 열연강판 후판을 많이 써서 두께감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철재를 면이라 생각하지만
만져보지 않아도
두께를 느낄 수 있다. 

최:

실제 3㎜와 11㎜의 두께는 차이가 크다. 3㎜ 두께의 얇은 판재는 각 파이프 등으로 보강해도 휘는 게 눈에 보인다. 그래서 합리적인 예산 내에서 가능한 한 두껍게 쓰려고 노력한다.


두꺼운 후판을 가공해 만든 리셉션 데스크. ⓒ남궁선


우리는 구조와 마감이
동시에 되길 원하므로
후판을 더 선호한다.

철은 기본적으로 인장력이 우수한 재료이므로 압축력을 받는 부위에는 파이프나 두꺼운 후판을 사용한다. 파이프와 달리 후판은 두꺼운 단면이 드러나므로 두께나 가공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레이저, 밀링, 샤링 등 절삭 방법과 절삭 후에 광택을 내는 정도, 두께에 따라서도 단면의 느낌이 달라진다.



Q. 주로 사용하는 철의 종류와 구체적인 방법은?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은
실내와 실외 같은
사용 부위다.

최:

외부에 사용할 때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하나는 녹이고, 다른 하나는 수축팽창이다. 한국은 겨울에 영하 20℃에 습도 0%, 한여름엔 40℃에 습도 100%다. 최악의 상황이다. 철은 외장재 중에 열팽창률이 가장 크기 때문에 무조건 사이에 틈을 두거나 단차를 둬야 한다. 일본의 경우 난간이 길면 신축 줄눈을 두고 정확하게 끊어서 파이프 안으로 넣어준다. 반면 한국은 코킹이 대부분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주로 직각으로 만나는 디테일로 사용한다. 

팔판동 주택 외관. ⓒ남궁선


또한 외부에 사용할 때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제외하고
도장을 한다. 

관리가 어렵지만 소부도장을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도장한다. 소부도장을 하게 되면 철이 매끈해져서 질감이 사라진다. 그래서 현장에서 붓이나 롤러로 도장해 철 자체의 질감을 살린다. 외부에 도장으로 금속색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원재료의 색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무광택의 단색을 쓴다. 기능적으로 물을 끊거나 코너에서 재료 분리를 부득이 써야 할 경우, 철재를 절곡해야 하는 부위에는 아연도금강판을 쓰고 도장을 한다. 


성북동 주택의 선반. ⓒ남궁선

내부에 쓸 때는 열연강판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재료가 가진 고유한 성질이 드러나고 철의 단점인 부식에서 외부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Q. 주택에 철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회동 주택의 창호. ⓒ남궁선

최:

주택에서 철을 사용할 때는 조금 더 조심한다. 사람의 몸이 닿는 부분은 철과 목재를 비롯한 다른 재료가 만나는 디테일을 더 세심하게 고려한다. 물론 아연도금강판을 도장용 바탕면으로 실내에도 쓴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접어서 쓰는 경우와 깎아서 쓰는 경우가 있다. 예산이 허락하면 통으로 쓰려한다. 통으로 쓰면 면이 다르게 보인다. 만져보지 않아도 관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손잡이처럼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은 목재나 스테인리스 스틸을 쓴다.




최진석 

(원오원 아키텍츠 프로젝트 디렉터) 



1972년생으로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학과 예술전문사를 받았다. 제8회 TSK fellowship award를 수상하였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원오원 아키텍츠(ONE O ONE architects)의 프로젝트 디렉터로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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