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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매거진 Oct 19. 2018

가느다란 와이어로 863t 지붕 지지하는 건물

철의 매력을 끊임없이 탐구하다: 건축가 조병수

건축에서 사용하는 철재는
주로 구조재나 외장재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건축가 조병수는
진성재료로서의 철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며
끊임없는 실험을 이어왔다. 

조병수건축연구소 사무실에서 프로젝트를 위해 연구한 다양한 형태의 타공금속망.

철재를 기둥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인장력이 강한 장점을 이용해 와이어로 대형 공간을 구현하기도 한다. 최근엔 익스팬디드 메탈이라고도 불리는 확장금속망을 전체 외장재로 사용해 현대자동차 천안 글로벌 러닝센터를 설계했다. 조병수건축연구소에서 조병수를 만나 그에게 영감을 주는 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5 굵기의 와이어로 20t의 인장을 견디다

키스와이어 센터의 모습. ©ARCHFRAME


건축가 조병수는 건축재료로서 철의 매력으로 강한 인장력을 꼽는다. 철은 구조적으로 인장력에 강하다. 반면 압축력과 내연성이 약해 건축에서는 아직 많이 적용되지 않고, 고층이나 하중을 많이 받지 않는 부분에서 종종 사용한다. 


우리 작업 중에는
특히 와이어를 이용한 작업이 많은데,
이는 대부분 인장력이 강한
철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철의 장점을 극대화한 그간의 작업들 


평창동 4박스 하우스. ⓒ황우섭

철은 압축력 대신 인장력이 강하기 때문에 매달아서 쓰는 구조에 유리하다. 그가 평창동에 작업한 주택, 4박스 하우스(2008)는 2층 실내 바닥 슬래브와 1층 전체를 천장에서 와이어로 매달아 시공했다. 또한 광화문에 있는 트윈트리 타워(2010)의 파사드 커튼월은 곡면이 있는 17개 층의 프레임이 각기 다른 형태인데 레이저 커팅으로 철강을 가늘게 제작했다. 


반면, 철을 기둥으로
사용한 경우도 있다.


아름솔 유치원(2008)과 헤이리에 위치한 세상자집(2004)의 상부는 콘크리트지만 하부는 철제 기둥을 사용했다. 철제 기둥은 일반 기둥보다 가늘게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콘크리트 기둥의 경우 배근과 구조적 문제 때문에 적어도 300㎜ 이상의 지름을 가진 기둥을 사용해야 한다면 철재는 폭 170㎜의 기성품으로 한 층 정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철재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다: 

부산 키스와이어 오피스와 센터


키스와이어 센터는 뮤지엄과 연수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 1,919m의 와이어로 벽과 하중을 지지한다. ⓒ고려제강

부산에 있는 고려제강 본사, 키스와이어 오피스는 바닥 슬래브용 포스트텐션 와이어 6만 3,270m(D12.7)와 1만 1,277m(D15.2)를 사용해 보를 줄이고 기둥 간격을 넓혀 사무실과 주차장을 대공간으로 만들었다. 본사 1층 로비엔 상부로 뚫린 대공간이 있는데 3층 슬래브부터 1층까지 2개 층을 336m(D30)의 와이어로 지지한다. 연수동 3층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23m의 다리도 기둥 하나 없이 80m(D35.5)의 와이어로만 지탱한다. 


뮤지엄 내부 브리지 구조물을 기둥 없이 와이어로 당겨 만들었다. ⓒ김도균

키스와이어 센터는 뮤지엄과 연수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 1,919m의 와이어로 벽과 하중을 지지한다. 지붕의 무게를 바닥으로 전달하기 위해 벽 외곽 상단에서 바닥 고정앵커까지 와이어가 당기는 구조로 지붕 836t의 무게를 지지한다. 특히 뮤지엄 내부 브리지 구조물은 25m 길이인데 기둥 없이 순수하게 와이어로만 당겨서 만들었다.




철의 순수한 느낌을 살리다: 신사동 퀸마마마켓


신사동 퀸마마마켓(2015)은
철의 물리적인 특성보다
순수한 느낌을 활용했다.

ⓒ세르지오 피로네

천장에 합판으로 된 상자를 철제 파이프로 매달고 계단 난간을 철판으로 이어 붙였다. 이렇게 가공되지 않은 철판을 그대로 부착하는 방식으로 시공하여 순수하고 소박한 느낌을 드러냈다. 그는 많은 건축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철재 작업으로 신사동 퀸마마마켓을 꼽기도 했다. 



Q. 건축재료로서 철은 일반적으로 구조재와 외장재로 쓰인다. 구조재로써의 철은 아직까지는 철근콘크리트나 철골구조 외에 별다른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전망은 어떠한가?


조병수(조):

인장력을 이용하여 많이 쓰이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구조 계산을 면밀하게 하고 이음새를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 철골조는 외부에 처지는 게 보여 수리할 시간이 있다. 반면, 인장력을 거는 부분은 한쪽이 무너지면 전체가 순간적으로 무너진다. 미국 워싱턴 타코마 다리처럼 연결부위가 끊어질 수도 있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도 정교하게 사용해야 한다. 일본은 지진이 많아서 각 부재를 퍼즐처럼 끼워 맞춘 뒤 그 사이를 와이어로 당기는 구조를 많이 쓴다. 단순한 PC가 아니라 와이어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데, 사전 조립하고 와이어로 당기면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Q. 앞으로 개발되어야 할 철강 기술은?


 공간에서 기둥이
없어지거나 얇아지게 하는
구조재로의 활용이
많아질 것이다.


조:

파이프보다 고강도 원형 강관을 쓰면 좀 더 가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이런 제품들이 많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컴퓨터 기술이나 BIM, 디자인 툴이 발달되면서 철을 사용할 가능성은 더 다양해졌다. 앞서 언급한 트윈트리 타워의 경우 입체 모델링을 하면서 25m 길이의 보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Q. 앞으로 다양한 작업에 더 많은 철재를 사용할 듯하다.


최근 부산에 작업한 박태준 기념관(2017)은 기존의 벽돌을 남기고 외부에는 세월이 흐른 느낌이 묻어나는 내후성강을 반복해서 표현해 이중 레이어를 만들었다. ⓒ세르지오 피로네


조:

최근 연희동에 박서보 작가의 주택과 전시시설을 작업했다. 외장재로 타공금속망을 사용했다. 평판으로 하면 힘을 많이 받지 않기 때문에 접어서 시공해 구조적으로 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최근 완공한 현대자동차 천안 글로벌 러닝센터의 경우 확장금속망(Expanded metal)을 외장재로 사용했는데 레이저커팅으로 벌어지는 틈새를 조정해 개구율을 조절하고 채광량과 투시 효과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앞으로 철재의 물성이 다른 부분과 만날 때 디테일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고민이다. 


철판과 철의 사용은
컴퓨터의 활용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상용화될 것이며,
우리도 이러한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술과
기계의 사용은
우리의 철학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좀 더 간결하고 소박하면서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건축적 적용이 무엇일지
앞으로 계속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



조병수

(조병수건축연구소 대표)

 

1994년에 조병수건축연구소를 개소한 이후 ‘경험과 인식’, ‘존재하는 것, 존재했던 것’, ‘ㅡ자 집과 ㄱ자 집’, ‘현대적 버나큘라’, ‘유기성과 추상성’ 등을 주제로 건축 활동을 이어왔다. 하버드대학교, 콜럼비아대학교,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 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설계와 이론을 가르친 바 있다. 

대표작으로 파주 어유지 동산, 수곡리 ㅁ자 집, 땅집 등이 있으며 근작으로는 퀸마마마켓, 현대자동차 글로벌 러닝센터, 박태준 기념관 등이 있다. 다수의 한국건축가협회상, 김수근 문화상, 다수의 미국건축가협회상, AR House awards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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