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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로등 Sep 28. 2020

월요일 아침, 아이의 등굣길에 동행하다.

어쩌다 보니 지난주 금요일부터 월요일 오전인 지금까지 계속 집에만 있다. 즉, 출근을 하루도 하지 않은 것이다. 


2년이나 휴직을 하고 돌아와 보니 법이 바뀌어서 휴직자의 연차휴가는 보전이 된단다. 그래서 나에게는 스물네 개의 연차가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연차 사용률은 우리 팀장님의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일 것이므로 비록 8월 말에 복직했다 하더라도 연차를 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지난주 금요일에 하루 쉬기로 해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휴가일이 다가오자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튀어나왔다. 추석은 코앞이라 아이들을 돌봐주시던 친정엄마가 지방의 집으로 내려가신 것. 하필 월요일과 화요일은 여덟 살 둘째의 등교일이다. 


이제까지와 같이 강한 마음으로 혼자 등하교를 시키고, 홀로 집에 있기 두려워하는 첫째도 모른 척할 것인가? 당연히 그래야지. 너희는 일하는 엄마의 자녀들이란다. 


지난주 목요일에 부서원들의 휴가 계획을 적어둔 달력을 보니 월요일이 비어있다! 오전만 반차를 쓰면 어떻게든 아이들이 홀로 서는 것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염치 불고하고 금요일에 이어 월요일도 휴가를 냈다. 


아침부터 둘째는 다음 휴가는 언제인지를 계속 묻는다. 혼자 등 하교를 모두 할 수 있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하다가도 엄마가 열 걸음 뒤에 따라오라고 한다. 그래서 회사 그만두고 아빠 계시는 인도로 다시 갈까? 물었더니 계속 회사 다니란다. 


집을 나와 나는 쓰레기를 버리고 저만치 가는 아이를 뒤따라가며 몇 걸음 뒤에서 책가방 메고 혼자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뭔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날이 차가워져서 더 그런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아직 푸른 나무들은 높이 올라 무성한 잎들을 바스락 거리고 있어서 그런가?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잡고 걸어가는 아이를 보며 자꾸 눈물이 날 것 같다. 슬픈 거니? 걱정되는 거니? 나에게 물어본다. 내가 겪었던 혼자 무엇을 한다는 외로움을 처음 느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다. 두렵고 무서웠던 그런 순간들의 느낌들.. 아무에게도 말할 수도 없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었던 그런 느낌들. 그랬구나.. 그런 감정들이 있었구나. 


나는 강하지도 않은데, 강한 척하려 했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겉모습과 속마음은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갔었던 것 같다. 


교문 앞에서 헤어져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본다. 감사하게도 마중 나와 계시는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면서 들어간다. 와 인사도 할 줄 아는구나! 


내가 일일이 가르쳐야만 아이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들도 많다. 하지만 내 마음을 제쳐놓고, 아이만 바라보면 정말로 놀라운 존재이다. 때로는 존경스럽고, 감탄스럽다. 나와는 전혀 다른 마음의 경계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을 때, '너란 존재는 진실로 나의 깨달음을 위해 거기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던 첫째에게 내일은 동생을 등교시켜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할 수 있단다. 사실 혼자 뭐든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고 불안해하는 첫째인데 흔쾌히 오케이를 하다니, 역시 너도 내가 모르는 저력을 가지고 있구나. 


이쯤에서 엄마로서 내가 할 일이 정해진다. 미리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맡길 것. 


물론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개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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