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르텡 Dec 27. 2023

아이를 향한 아빠의 바람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

요즘 넷플릭스에서 ‘티쳐스’를 즐겨 본다. 유명한 두 강사가 다양한 사연을 가진 학생의 전담 티쳐가 되어 30일 후 목표한 점수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도전하기 전에 학생의 사연을 영상으로 보는데, 두 강사가 부모와 학생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부분에서 공감할만한 점이 많았다.


그중 흥미로운 가족이 있었는데, 의대를 가고 싶어서 성적을 상위권에서 극상위권으로 올리고 싶다는 사연이었다. 성적은 둘째치고 굳이 의대여야만 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어려서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의대를 가야 한다고 했고, 아이도 자연스럽게 의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의대를 지원하기에 조금 부족한 등급 때문에 큰 부담을 갖고 있었다. 세 명의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맏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압박도 있었다.


나도 비슷했던 것 같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기대와 바람은 인생 목표를 설정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주었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안 된다는 무의식이 삶을 지배했다. 지금도 아들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반갑지 않고 거북한 이유다. 어쩌면 부모로서 자신을 위한 것을 자녀를 위한 것으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교묘하게 위장된 것 같기도 하다.


두 딸의 아빠가 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바람을 품고 있는가?


작년 12월경,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 책과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악기 하나 정도 배워서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없이 자신을 틀 속에 가두지 말고 자유롭게 생각을 펼쳐내며 살면 좋겠다. 아빠의 이런 기대마저도 아이들을 가두는 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나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것을 즐기지 못했다. 책과 음악을 좋아했지만 공부와 상관관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허락됐다. 그리고 부모의 말은 당연히 따라야 했고, 지금조차도 아버지의 기대 안에 여전히 갇혀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가두는 틀이 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아빠 덕분에 아이들의 삶과 생각의 지경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언젠가 아이들이 힘들고 지쳐 있을 때 고민하지 않고 와서 기댈 수 있는 아빠면 좋겠다.


책과 음악이 아이들에게 삶의 오락이면 좋겠다. 중학생 때, 나는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에 푹 빠졌었다. 이 책은 총 15권으로 된 시리즈이고, 1년마다 1권씩 출간됐다. 내가 읽기 시작할 때쯤 아마 7,8권까지 나왔던 것 같다. 다음 책을 기다리며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고 다음 책이 나오면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구입했다. 그 기억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서 좋아하는 시리즈가 있으면 소장용으로 구입해 준다. 지금 첫째는 책장에 꽂혀 있는 시리즈를 몇 번이고 다시 꺼내어 읽는다.


그리고 악기 하나 정도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은 나의 좋은 경험을 아이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악기는 제대로 배우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과 후회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숫자보다 본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 모두가 숫자를 이야기해도 묵묵히 자신의 주관대로 삶을 헤쳐나가길, 그리고 뒤에서 그 길을 함께 걸어가며 응원해 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아이가 아빠의 바람을 들어주기를 기대하기보다, 아이의 바람을 들어주는 아빠가 되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