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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르텡 Jan 07. 2024

아이의 책을 고르는 즐거움

책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일요일 오후, 아내와 나는 아이들과 도서관에 갔다. 첫째는 WHY시리즈 코너로 달려가 한 권을 고른다. 둘째는 그림책 방으로 달려가 마음에 드는 책을 가져온다. 아이들은 고른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 책상에 앉았고, 나는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을 고르기 시작한다. 신간 코너에서 차분히 제목과 작가를 살핀다. 문학 코너에서 낡은 책을 꺼내 훑어본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책을 읽으며 고른 책 20권을 빌려 카트에 담아 집에 돌아온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대출 가능한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린다. 도서관마다 다르지만 보통 1인당 5~6권을 3주간 빌릴 수 있다. 아이들도 대출증을 발급받을 수 있어서, 우리는 도서관마다 한 번에 20-30권을 빌린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구립 도서관과 서울교육청 도서관이 있고, 아파트 커뮤니티에도 작은 도서관이 있어서 지금도 빌린 책만 50권 정도가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건 또 상당히 수고로운 일이다. 혼자서 20-30권의 책을 고르려면 최소한 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대출 기한에 늦지 않게 반납도 해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책은 사전 예약이나 상호 대차를 신청해야 한다. 아내와 나는 이런 수고로움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나는 혼자서 서점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책 사이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서 광화문에 근무할 때, 점심시간을 이용해 혼자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가고는 했다. 서점에 가면 유아/어린이 코너에서 책을 세심히 살펴본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이 있으면 따로 메모해 두고,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은 구입해 오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고른 책을 아이들이 재밌게 읽으면 뿌듯하다.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은 되도록 구입해 준다. 첫째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전부 다 읽는다. 하지만 둘째는 언니만큼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둘째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유심히 살폈다. ‘안녕 마음아’, ‘EQ 천재들‘ 시리즈를 좋아해 당근마켓에서 전집을 구입해 주었다.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노력으로 둘째도 지금은 책을 아주 좋아한다.




그런 과정에서 책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첫째, 아이의 선호가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여긴다.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은 책만 아니면(흔한 남매를 좋아해 사주었더니 안 좋은 말을 배워서 그 후로는 접하지 못하게 했다.) 만화책도 상관없다.


둘째, 아이가 좋아했던 책의 작가나 번역자를 기억해 둔다. 둘째는 ‘요시타케 신스케‘나 ’레오 리오니‘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존 클라센’ 작가의 책도 좋아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가 새로운 책을 출간하면 대부분 성공이다.


셋째, 어른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은 분명히 다르다는 걸 잊지 않는다. 분명히 내가 보기에 재밌을 것 같아서 골랐는데 아이는 별 흥미를 못 느끼는 책도 있고, 그림이 촌스럽고 내용도 그리 재밌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는 너무 좋아하는 책도 있다. ‘잘 자요 달님’이 그랬다. 뭔가 그림체가 촌스러웠는데 아이들은 몇 번이고 읽었다.


넷째, 직설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책은 굳이 나서서 고르지 않는다. 무엇보다 재밌거나 기발한 이야기를 먼저 고른다. 책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책은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아이와 함께 갔을 때 아이의 선택은 무조건 존중해 준다. 어른의 마음으로 아이의 선택을 유도하지 않는다. 아이가 고른 책은 아이가 직접 읽어보고 결정할 수 있게 해 주려고 한다. 책을 고를 때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회를 준다.


여섯째, 아이에게 책을 기다리는 즐거움을 준다. 완결되지 않은 시리즈 책 중에 아이가 좋아하는 시리즈는 신간이 나오자마자 구입해 준다. 첫째는 ‘에그박사’ 시리즈와 ‘흔한남매 과학탐험대’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래서 새로운 책이 나오면 꼭 예약구매를 해서 바로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평소에 다음 권이 나왔는지 종종 물어본다. 매월 책을 보내주는 ’비룡소 북클럽‘을 1년 정도 구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매달 새로운 책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책장에서 내 책은 점점 줄어들고 아이들의 책은 점점 늘어나지만, 내 속에 아이들의 책을 골라주는 즐거움은 갈수록 커진다.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골라주며 나만의 기준도 생겼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주는 즐거움을 느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가 되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아빠가 읽었던 책을 추천해 주고 함께 읽으며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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