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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르텡 Mar 07. 2024

걱정 많은 아빠, 씩씩한 아이들

초등학생 자매의 돌봄 교실 적응기

  주변의 초등학생 아이를 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맞벌이인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부모가 맞벌이라 낮에 집에 없으면 초등 아이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는 것일까?’라는 어렴풋한 의문이 들었었다. 학원을 제외하면 다른 대안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하고 미래의 나에게 걱정을 미뤘었다. 그런데 올해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아내가 1년의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걱정해야 할 현실이었다.


  두 아이의 아침 등교, 오후 돌봄 교실 적응, 다양한 행사 참여, 그리고 방학생활까지 전부 걱정거리다. ‘혹시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면 어쩌지, 돌봄 때문에 오후 내내 학교에 있으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을까, 아내와 내가 직장 때문에 늦게 끝나는 날에는 어떻게 하지...‘ 작년은 아내가 휴직을 해서 걱정할 거리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랫집에 사는 분이 아이들 아침 등교를 도와줄 수 있다고 먼저 이야기해 주셔서 큰 걱정은 하나 덜었다.




  3월 4일,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첫째 입학식은 아빠, 엄마가 모두 참석했지만, 교사인 아내가 복직을 하면서 둘째 입학식은 나만 돌봄 휴가를 쓰고 함께했다. 아내는 ‘엄마가 입학식에 함께하지 못해서 온이가 슬퍼하면 어쩌지?’라고 걱정했지만, 오히려 둘째는 ‘아빠는 선생님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아빠는 입학식에 올 수 있잖아.’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직접 고른 꽃다발을 들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입학식이 끝나고 나서는 단 둘이 점심을 먹으며 데이트를 즐겼다.


  입학한 첫 주는 오후 1시에 하교한다. 하교시간에 맞춰 반별로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나오고 기다리던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간다. 하지만 오후 돌봄이 필요하면 다른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하교할 때 우리 아이만 돌봄 교실로 가서 5시까지 있다가 와야 하니 짠한 마음과 함께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닐 때, 아내가 교사여서 다른 직군보다 빠른 시간에 퇴근해 오후 5시에 하원시키러 가면 신발장에 신발이 몇 개 남아 있지 않았고,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좀 더 빨리 데리러 와 주면 좋겠다고 했던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화, 수 오후 반차를 냈다. 마음 같아서는 첫 주는 5일 휴가를 내고 적응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돌봄 교실에 잘 적응하는지 살피고, 수요일에 둘이서만 미술학원에 가는 연습도 하게 했다. 첫째는 여자 친구 2명과 한 테이블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었고, 둘째도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와 짝꿍이 되어 신나게 웃고 있었다. 아빠, 엄마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잘 적응하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는 언제나 걱정 한가득이지만,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씩씩하다. 참 고맙고 기특하다. 되도록 학원에 보내지 않을 계획이라 앞으로도 걱정거리는 많겠지만, 걱정보다 격려와 응원을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켜켜이 쌓인 사랑만큼 씩씩하게 잘 자라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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